세상 만물에는 틈이 있다

by 현진현
세상 만물에는 틈이 있다.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이 카피를 쓴 사람은 '기본적으로 싱어송라이터'인 레너드 코헨. 영문학을 전공하고 아마도 책도 내고 학생들도 가르친 캐나다인이었다. 내가 이 사람의 이 말을 이해하기 시작한 건 이 사람이 쓴 노랫말 때문이 아니라 나의 이상한 성격 때문이었다.

아빠, 이것 좀 열어주세요. 내가 닫아둔 콜라병은 아무도 열지 못했다. 심지어 내가 닫아두었지만 나도 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습관이 아닌 성격 탓이 분명했다. 틈이 없어야만 마음이 불안하지 않은 성격. 잠그고, 다시 잠그고 - 일종의 편집증이 아니었을까 싶다.

코헨의 이 말을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이라는 책 때문이었다. 피아노, 고전적이든 현대적이든 피아노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피아노의 각 부분마다에 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아노에도 수많은 접합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에는 반드시 어느 정도의 틈을 줘야 한다. 나 같은 성격의 작중 인물이 틀어 잠근 피아노는 뒤틀려버리거나 소리가 딱딱해지거나... - 이것이 사실상 책의 내용이다. 여기서 틈이란, 변화무쌍한 공기 즉 시간에 따라 매워지고 벌어지고는 하는 것이다. 그러니 틈이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의 삶에도 틈이 중요하다는 망측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상 만물에도 어떤 '정신'이 깃들어 있다.


구입한 다음날, 물에 빠진 새 라이카를 보며 절망에 빠진 한 사람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슬펐겠지. 라이카를 위해 지출한 시간이며 돈이며 아까워서라도 슬펐겠지. 그런데 가만, 라이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얼마나 더 슬플까. 라이카에게 정신이 있다면 당사자인 라이카는 얼마나 절망적이었겠냐고.

물론 농담이다. 농담이지만 일정 부분은 진담이다. 우리의 슬픔을 덜기 위한 라이카의 진담이다.

그러나 저러나 나는, 나만큼은 사물에도 정신이 있다고 믿고 그 사물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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