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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Hyun Jun 19. 2020

모든 것은 변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역사는 바뀐다 

광고회사마다에는 알게 모르게 '라인'이라는 게 있다. 뭐 그딴 거에 가치 개념까지 부여하고 싶진 않는데... 요컨대 나는 라인이 없다 보니 핍박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상호 선배가  


모든 것은 변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도대체 이건 무슨 얘기지? 힘을 내라는 얘기 같기는 한데... 보통은 본질적인 것은 고정이되 비본질적인 것은 흐드러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 문자 메시지를 받았을 때 나는, 이 카피가 Everything change, but nothing change라는 에르메스의 광고 카피인 줄을 몰랐다. - 상호 선배의 메시지에는 '그런데' '그러나' 'but' 같은 일종의 접속사가 빠져있었다. 그게 또 독특한 이미지를 불러일으켰다. - 지금에 와서는 글자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냥 그렇다고 느껴버린 거다. 어떤 특정한 사물을 가져다대서 설명하지 않더라도 생의 모든 것들이 변하고 변하지 않는다고. 변하는 것이 비본질적이고 변하지 않는 것이 본질적이라는 구분도 사라진다.  

라인을 피해 이직을 한 나는 비슷한 워딩의 카피를 쓴다. 당시 뒤쳐져 절치부심하던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광고였다. 카피를 고민하고 있던 내게 '문예중앙'이라는 월간지가 배달되어 왔는데 나는 그 두꺼운 책을 휘리릭 넘기다 말고 300페이지쯤의 한 구절에 시선을 멈췄다. 그건 아마 브레히트의 인용이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마지막 숨을 거두며
당신은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다. 당신이
포도주 속에 부은 물을 당신은
다시 퍼낼 수 없다.  


여기서 '모든 것은 변화한다'를 인용한 것이었을 것으로 기억해본다. 나는 그저 '모든 것은 변화한다'에만 집중했다. - 모든 것은 함부로 변화하진 않는다. 지금 보면 브레히트의 의도가 명확하다. 마지막 숨을 거둬야만 변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역사는 비본질적인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모든 것은 변하고 변하지 않는다. 그런 것일 뿐. 나는 카피를 썼다. 그 카피는 몇 주 후, 그 통신 브랜드의 캐치프레이즈가 되어 버벌진트의 목소리로 전파를 탔다. 


역사는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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