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힘을 빼!"
"응. 지금 힘을 뺀 건데?"
"아냐. 빠지지 않았어."
"뺀 건데?"
"다시 어깨 힘을 줘봐, 그런 다음 힘을 빼 봐. 어때?"
"어? 힘이 빠졌다."
그녀의 말대로 나는 어깨에 힘을 주고 있었습니다. 저 자신도 힘이 들어가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힘을 빼면 편안해져. 늘 편안하란 말이야."
"응."
대구 출신인 제게 레전드로 남은 '라이온즈'의 대표적인 4번 타자 이만수 선수는, 홈런 타자였지만 타율이 크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MBC 청룡'의 전대미문 감독 겸 선수였던 백인천 감독이 나중에 라이온즈의 감독으로 부임합니다. 백 감독은 이만수 선수의 손바닥에다 이렇게 적어줬다고 하는군요.
"손에 힘 빼고."
이만수 선수는, 너무 힘이 들어가 있었거든요.
어깨에 힘을 빼는 것 말고도 재미있는 발견을 했습니다. 업무를 하면서의 발견인데요. '욕심을 내려놓는 것'과 '최선을 다하는 것' 두 가지는 넉넉하게 양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될 대로 돼라'와 종이 한 장 차이니까요. 하지만 잘 되길 바라면서 지켜보고 조심스럽게 개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새의 눈이 되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모두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별일 아닌 것들이 많이 보이겠지요. - 누구 말마따나 작은 것부터 실천해서 큰 실천으로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단 어깨든 손이든 힘을 좀 빼도록 할게요.
스티브 잡스의 유언으로 알려졌던 말들이 가짜라고 합니다만 제가 볼 땐 크게 나쁘지 않은 말들 같더군요.
"내 인생을 통해 얻는 부를 나는 가져갈 수 없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사랑이 넘쳐나는 기억들 뿐이다."
누가 했든, 나쁘지 않죠?
어쩌면 말입니다. 불행의 근원은 행복일지도 모릅니다.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행복하기 위해 불행해진다면 아이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 그렇다고 해서 '행복해야만 한다는 힘'을 뺍시다, 같은 말을 하려는 건 아니고요. 그런 건 좀 어려운 거니까요.
코로나 시대인 요즘 출근을 줄이고 PC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아주 쉽게 죽습니다. 자주 죽는다는 거죠. 거기에는 급작스러운 죽음과 급작스럽지 않은 죽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급작스럽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 대부분 이런 유언을 남깁니다.
"지금껏 즐거웠다."
말이 없으면 표정으로 남기는 유언입니다. - 물론 즐거웠을 리 만무합니다. 너무 냉정한가요? 즐거웠던 사자도 있겠지만 급작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후회를 남깁니다. 그 후회란 너무 간단해서 간단하지 않습니다.
"즐겁게 살 걸."
사실은, 죽음으로 가면서 남겨진 사람들이 즐겁게 살기를 기원하는 말인 것입니다. 1학년 1학기 철학입문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다."
이런 말도 가능합니다.
"어떤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힘을 빼는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