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이었나요? 세종시 정부부처 소속의 무슨(기억을 못 함) 부서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강남 교보문고의 외국 고전소설 코너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올 3월에 사업자 등록하셨죠?"
"예."
"광고업으로..."
"예."
"광고업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그렇습니다.""어떤 일 하세요?"
"..."
"인터넷 광고를 하세요? 아니면 텔레비전 광고를 하세요? 신문에다 광고를 하세요?"
"어디시라고요?"
(뭐라고 대답을 해 주심)
"그런데 왜 제게 전화하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이제 막 시작한 초보 사업자인데요."
나는 의심의 눈초리로 보이지 않는 상대방을 아주 잠깐 쏘아보았습니다.
"아, 네. 상반기에 신규 등록하신 분들 대상으로 전화를 합니다."
"아, 예. 그러시군요."
나는 마음을 풀고 내가 하는 광고업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여하튼 질문을 요약하면,
"무슨 일 하세요?"
무슨 일을 하다니요? 제가 무슨 사람인지 궁금해야 하는 일 아닌가요? 제가 무슨 일을 하는 게 그리 중요해요? 순서가 틀렸어요. - 기분이 나빴던 건 전혀 아니고 그냥 해보는 소리예요.
광고 만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다 몰라요. 저는 광고'일'을 좀 제 방식으로 하려는 타입이랍니다. 일하는 방식, 일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일 뿐이고요. 광고는 결과적으로, 마케팅의 부분이 되어야 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보통은 브랜딩도 제품으로부터 출발하니까 제품을 체험해보려고 노력합니다. 제품의 입장이 되어보려고도 합니다. 서점에 가는 즐거움도 누립니다. - 지금도 서점에서 전화를 받고 있어요 - 제품에 관한 책을 찾아보는 거죠. 그리고 반드시 담당자를 찾아가서 대면해서 아이디어들을 설명하고 토론합니다.
물론 제 답변은 사전적인 설명이었지요. 매체라는 것이 있고 거기를 통로로 광고의 메시지를 커뮤니케이션하는데 매체라는 것이 효율적인 것으로 정해져 오면 나는 그 매체에 적합한 콘텐츠를 만든다고. 답변을 요약하면,
"인생을 살고 있죠."
목적성이 뚜렷해서 그렇지 광고일도 그저 살아가는 일 중에 재미있게 만들어갈 수 있는 일입니다. 무지근한 스트레스를 광고일에 탓을 돌리지는 마세요.
"요즘 어떠세요?"
"개업 시기가 코로나와 물려서 좀 힘이 듭니다. 6개월이 차지도 않아서 대출도 안되고요."
"그런데 어떻게... 목소리가 너무 밝으세요. 대박 나실 것 같은데요?!"
그럼요! 이 글을 읽는 분들 저마다 제게 발주를 하려고 고심 중인 것을 느낍니다. 내친김에... 저는 기획실 일도 하고, 카피만 쓰기도 하고, PD일도 하고 있습니다. 전화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