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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Hyun Aug 17. 2020

그치지 않는 비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장마가 길어지고 있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는 그치지 않았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는 격언은 무색해졌다. 격언의 문제는 문제가 아니었다. 습도계는 항시 한계치를 가리켰으므로 존재 가치가 없어졌다. 습도 100%의 환경에 인간이 적응한다는 것은 인간이 최소 양서류로 진화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수년 전, '주제 사마라구(Jose Saramago)'의 <눈먼 자들의 도시>에 감명받아 <우기>라고 가제를 정하고 장편소설을 기획한 적이 있었다. 장마로 비가 시작되지만 장마를 훌쩍 넘어 비는 그치지 않고… 환경 변화 속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인간군상을 다뤄보겠다는 분에 넘치는 기획이었다. 

 

 

어제도 오늘도 집을 나서는 아이에게 아내가 말했다. 

"우산 챙겼니?" 

이 말이 요즘 들어 일상적으로 듣던 '마스크 챙겼니?'와 겹쳐졌고 나는 '이렇게 장마가 길어지다가 비가 그치지 않는 거 아냐'하면서 머릿속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다 <우기>가 떠올랐다. 

코로나와 '우기'는 정확하게 다르지만 묘하게 닮았다. 

 

 

나는 의식적으로 '코로나 이후 시대'라는 표현을 피하고 '코로나 시대'라는 담백한 표현을 쓴다. 코로나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것, 코로나는 그저 코로나가 아니라 포괄적이라는 것, 이 두 가지를 강변하기 위해서다. 

인류는 이미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질서에 들어갔다.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 소설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마스크뿐 아니라 비옷까지 갖춰 입어야만 외출이 가능한 훨씬 더 소설 같은 세상을 실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지난주에 '기후변화센터'라는 NGO의 프로그램에 다녀왔다. 산림청과 함께 '합법 목재 교역 촉진제도'를 널리 알리기 위한 행사였다. '합법 목재'라는 개념은 지구온난화를 위해 나무를 지키는 것과 우리나라 목재산업의 원활함을 위한 것,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강의를 지켜보다 든 생각, '우리는 미래를 인지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구나'. 하지만 '미래를 실천하는 능력은 매우 떨어진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미래라는 미지를 인지한다는 역설에서 실천의 동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말이다. 

최근 '애플(Apple)'은 탄소중립[Carbon Neutral]에 대한 실천 계획을 영상으로 만들어 커뮤니케이션했는데 아주 고무적이었다. 실천은 늘 진행 중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는 계획의 일부일 뿐이니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함께 지켜보고 도울 필요가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미래를 예측하고 화성 이주 계획을 세운다. 그는 화성 이주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를 만들고 자동차를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 개발에 성공하면서 조금씩 화성 이주에 접근하고 있다. 

애플과 '스페이스 X'의 행위 자체로서 영향을 미치는 커뮤니케이션도 좋고, 기후변화센터의 '합법 목재 교역 촉진제도' 홍보도 작지만 공감대를 형성하는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월말에 다시 기후변화센터에 가서 워크숍을 진행한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또 우리는 과연 예측을 넘어서 실천으로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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