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을 덥히고

여튼,스트레칭(10)

by 현진현

여허! 스트레칭! 내 아무리 극심한 오십견이라지만 하루 세 번은 좀 힘이 든다. 마구 아프다. 그래서 샤워할 때만 스트레칭을 하기로 한다. 스트레~치, 하면 어감도 좋다.

우리는 보통 하루에 두 번 샤워를 하니까 하루에 두 번 몸을 덥혀 유연하게 만든 뒤, 준비운동으로 쉽게 더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 오십견에 대응하는 샤워,라고 하겠다. 샤워 자체도 이미 널리 알려진 스트레칭이다. '온수'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뜨거운 물' 시절부터 샤워에 기대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나는 한때, 오직 샤워하는 시간 안에서만 내 생에 대해 안도하고는 했다. 그렇게 극심한 정신적 오십견을 겪던 시절이 있었다. '책 읽기'에서 '샤워'로, 다시 책 읽기로 돌아오곤 했었다. 간혹 영화보기에 빠져든 적도 있었지만...

잔을 덥히고 그 잔에 술을 따르면 미미한 진동이 정신을 덥힌다. 내가 덥혀지는 것인지 술이 덥혀지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 알 길 없는 순간에, 그 순간을 놓는다. 부여잡는 정신에는 이미 마가 들어있다... 길게 심호흡을 한 뒤 잔을 비워내며 타들어가는 목줄을 느끼길 바란다. 그런 다음, 몇 조각 얼음으로 혼미한 세상을 깨워도 좋겠다.

여튼, '샤워'라는 시간을 찾아내는 것 또한 스트레칭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찾은 샤워는, 물리적 스트레칭과 정신적 스트레칭의 시공간이 된다. - 도수치료 받듯 올리고, 제끼고, 당기고, 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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