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따뜻한

by 현진현
London, 2014


한번 선물하면 받은 사람이
영원히 지니고 다닐 선물을 준 적이 있나요?
- 미국 광고협회 / 미국 적십자사


언젠가부터, 아마도 여러 가지 이유로 ‘미국적인 것은 뭔가 고급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온 것 같다. 생각이 바뀐 것은 유럽, 특히 영국에 다녀온 후부터다. 유럽은 기대 밖(유럽은 그저 힘!)이었고. 미국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거 좀 웃기는 구도이긴 하다.) 결정적으로 미국의 블루스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고 또 펜더(Fender) 같은 미국 태생의 공산품을 접했을 때 ‘미국적인 것’이라는 표현은 공허해졌다. 미국이 전부 스타벅스의 그린으로 덮여있는 것도 아닌 데다 스타벅스의 콜드브루는 가끔 즐길만하다.


하긴 인풋이 별로 없으니 내가 미국이 어쩌고 저쩌고 해 봐야 그다지 신뢰성이 없다. 지금 미국을 상징하는 인물을 내 관점에서 정한다면, 그는 밥 딜런이다. 에릭 클랩턴의 자서전을 읽다 보면 밥 딜런이 꽤나 까다로운 인물인 것을 알게 된다. 신비로운 척하는 면모도 어찌 보면 미국적이다.


미국의 두 기관은 헌혈을 선물로 이야기한다. 남은 생을 지니고 다닐 선물로 ‘기부할 피’를 얘기한다. 내 피도 따뜻하다. 하지만 내 피는 거부당할 때가 더 많다. 하지만 피는 언제나 따뜻하다. 그것을 증명하는 방법 중 하나가 헌혈이다.


냉혈한들이여 피를 덥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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