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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Hyun May 29. 2022

숙취에 대한 기록 1

아내 / 소맥 

바흐는 형식 속에서 곡을 만들었다.

듣는 거 말고는 바로크 음악은 잘 모르는데...  

그 시절의 카운터포인트 즉 대위법에

대해 들어본 적이 몇 번 있다. 

상상도 해 본 적 있었다.

- 대위법에서 악상은 뭐 이런 거 아닐까, 하는.


삼겹살집을 찾아 빙빙 돌았다. 

밖에서 먹는 술에 삼겹살은 잘 없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저 집이 나을까, 이 집이 나을까... 

"딱 정하지 왜 빙빙 돌아요? 네?" 

"어허! 하늘 같은 남편한테!" 

"하늘이 매일 술 마시고 다니냐?" 

바흐의 관현악곡이 들리는 것 같았다. 


사는 집 건너편 아파트 지하상가로 정했다. 

지글지글 돌판 위에 기름칠을 하고 

크게 썰은 삼겹살을 올렸다. 

술을 말았다. 

마셨다. 

그리고 또 술을 말았다. 

마셨다. 

그리고 또 말았지만 아내가 마시고, 

나는 글라스에 소주. 

아내는 맥주만. 

둘이 분리. 합체였다가 분리. 

대위법인가? 


지구의 온난화는 소주 도수의 저하를 가져왔다. 

그래서 글라스의 소주는 맛이 떨어졌다. 

빨간 뚜껑은 여름 낮술엔 피하자 싶었다.


홀짝홀짝 아내의 맥주는 따뜻하고도 상큼했다. 

같이 먹은 사람들의 심리를 파헤치는 것이 

이 기록의 목적인데... 아내의 심리를 

파헤칠 필요는 없어서 이만 줄인다. 


숙취의 기록을 남긴 날은 5월 29일 일요일. 

술을 마신 날은 어제, 5월 28일 토요일이었다. 

오후 4시쯤 됐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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