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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Hyun Oct 27. 2023

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 2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새로운 소설은 새로운 문장으로 탄생한다.
새로운 글은 새로운 음악으로 탄생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이 새롭지는 않은데 그의 리즈시절 에세이를 가만히 떠올려보면 '새로운 느낌의 문장들이 가득했다고 기억한다. (번역임을 감안하더라도, 그... '쓰다 보니 나온듯한 존대와 하대를 교차시키는 문장들은 뭔가 새롭지 않은지...) 

   무라키미의 신작 소설이 전혀 새롭지 않은 가운데 그의 미덕을 꼽아보려니 그의 에세이가 떠올랐다. 그리고 또 뭐가 있지 하다가 그가 언급하는 수많은 재즈 올드팝 클래시컬 등의 음악이 생각났다. 한데 무엇보다 그의 에세이를 다수 읽고 좋아해서인지 그 사람의 속을 좀 알 것도 같은 기분이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사람에게는 대체 어떤 음악을 추천할까 - 햐... 이런 고민은 정말... 


   그의 신작 얘기를 살짝 해야겠다. 그의 소설들은 몇몇 에로틱한 장면이  좋았다. (뭐 그런 기대도 책을 읽은 이유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구성으로서의 상징과 비유 같은 포인트들이 좋고. 그 외엔 뭐 보잘것없는 것이 또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나는 무라카미 방식의 판타지에는 흥미가 없다.) 그의 팬들과 팬들의 세계는 존중한다. 

   신작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는 커피숖 주인과의 뭐 그렇고 그런 장면, 15세 소녀와의 뭐 그런 장면... 그 정도다. 그런 장면도 하지만 새로운 문장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고, 새로운 음악도 차마 들어줄 수가 없다. 올드 재즈 스탠더드 몇 곡과 쿨 재즈 비밥... 러시아 5인조 등등... 주요 모티브/모티프가 음악이 되는 부분은 역시, 없다. 아주 옛날 그의 소설 속 '비틀스 쌍둥이'만도 못한 음악활용이다. 요컨대 그의 신작소설은 새롭지가 않다. 그래서 재미없었다. - 여기까지다. 


   나는 광고업에 종사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움을 갈구한다. 광고는 보통 경제적 사회 저층의 집단심리를 노린다. 부자들은 광고 따위 안중에 없고 '가상보다는 실제', '진실보다는 사실'을 옹호한다. 실제와 사실의 세계는 꿈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경험적이고 예측 가능한 위상을 약속한다. 이 대목에서 '새로움'은 부자들까지 포섭하려는 일종의 메이크업이다. - 무라카미의 신작소설에의 새로움 없음은 광고에서의 그것보다는 심각하지 않다. 그 소설 그대로의 맛깔스러움을 찾으면 그만 아닌가 싶다. 자기 복제 같은 표현보다는 '레거시에 대한 변주' 정도로 해 두고 싶다. 

   그에게 막스 리히터의 재작곡, 영어로 Recomposed 된 비발디의 '사계'를 추천한다. (이 리히터의 사계도 이미 들어본 음악이겠지, 당연히.) 


   Marx Richter, The New Four Seasons 

   Vivaldi Recomp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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