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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Hyun Aug 16. 2024

덜 멍청하게 해 주십시오




어제 해 질 녘에 아주 오랜만에 꺼내 든 RF 필름카메라 

15년쯤 된 흑백필름을 넣고 천변 산책 겸 출사를 나섰지. 

오래된 필름이니까 조리개를 확 열어야지 생각한 다음, 

아마도 나는 조리개를 확 조였던 거 같아. 

나중에야 조리개를 확인한 나는 말했다. 

"이렇게 멍청해서 어쩌지?" 

아내 역시 반혼잣말로 말했다. 

"정말 멍청함을 걱정하는 거 같아. 진정성이 묻어나네요." 


아름답고 멋진 스피커를 보았다. 사진 속에서. 

그 사진은 10여 년 전 내 방을 담고 있었다. 

'대체 저 스피커는 왜 판 걸까...' 

저 매킨토시 앰프는 왜? 왜? 왜? 

세상에 60만 원 하는 매킨토시 인티앰프가 어디 있냐고! 

지금 내 방, 스테레오는커녕 뚱땅뚱땅 하는 블루투스, 

키스 자렛 아저씨에게 미안해집니다. 


3

내 아름다운 커스텀 기타를 팔았던 사실은,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가 않다. 




저를 멍청함에서 구출해 주십시오. 주여. 

(사진은 2006년의 로사리오 성당, '마티스흔'이 진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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