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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칼리아

by 현진현
코닥 비전 3의 색감은 대략 이런...




턴테이블에 올려둔 레코드는,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브람스 4번이었다.

수많은 교향곡 악장 중 단 한 악장을 고르라면 당신은 무엇을 고를지 모르겠다. 나도 너처럼 무지 고민하겠지. 내 고민 중에 틀림없이 브람스 4번의 파사칼리아가 후보에 있을 테다.


파사칼리아는 Passacaglia라고 쓴다. 'g'는 묵음이다. 난 그런 거 잘 모르지만 준하는 그런 거 잘 알았지. 동성로 음악감상실에서 타대학 음대생 무리들이 파사카글리아라고 하다 그만, 준하에게 면박을 받았다. - 얘들아, g는 묵음이야. 몇 달쯤 후 준하는 지휘를 배우러 러시아로 떠났다. 기억에 파사칼리아의 맛은 브루노 발터가 잘 살렸다. 카라얀은 촐싹거렸다. 3박의 무곡으로 변해버렸다는 이 '품격의 격정'은,

내 젊은 날의 엔섬 같은 곡이었다.




늙은 날의 보폭에 맞춘, 카운터포인트의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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