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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닮은 사람은 좀 있을 테니까 안심이야

by 현진현

하루아침에 드라마가 싫어졌다. 영화 말고 그 드라마 말이다.

일찌감치 양가 다녀와서 드라마를 보려고 했다. 뭘 봐도 하나도 재미가 없다. 어떻게 갑자기 드라마들이 다 재미가 없지?


저녁을 차려 먹으려고 마트에 가는 길, 서너 장 사진을 찍었다. 별 의미는 없고 눈이 내렸으니까 찍었다. 천변으로 내려가서 찍으려고 뷰파인더로 눈을 들이미니까 아, 그림이 좋다. 다시 큰길로 올라와 길을 건너려고 하는데 누군가를 닮은 사람이 서 있다. 마스크를 썼지만 분명히 그를 닮았다.

드라마에서처럼 꼭 닮진 않았을 거다. 외모가 저리 닮았다면 심성도 닮았으려나? 외모 닮은 사람이 세상에 많잖아. 느낌이 닮은 사람... 그럼 마음이 닮은 사람도 참 많겠지.

네가 세상에 없어도 널 닮은 사람은 좀 있을 테니까 안심이다. 그렇게 안심되지는 않지만 안심이야. 우리는 다 평범해. 그래서 닮은 사람도 많을 거야. 뭣도 특별하지 않아. 내가 떠나도 괜찮을 거야. 난 평범하니까 닮은 사람 많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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