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중에 나이 들면, 이게 다 친구가 돼요

by 현진현

대구 중심가에 가면, 브람스레코드라는 레코드 상점이 있었다. 나중에 나는, 그 가게를 소재로 소설을 쓰기도 한다. 브람스레코드의 주인장은 은퇴한 음악애호가의 인상이었다. 그의 세일즈토크가 아주 인상에 강하게 남았다. "나중에 나이 들면, 이게 다 친구가 돼요." -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메릴리쿼텟의 베토벤이 그렇게 내게 왔다. 거의 일주일치 용돈이 그렇게 쓰였다. 그리고선 구내식당의 짜장면만 계속 먹었다. 그 시절 음반들도 이번 연휴에 지하창고에서 끌어올려졌다. 브람스레코드에서 샀음이 분명한 바르비롤리의 시벨리우스 2번(로열필)과 빈콘체르토하우스쿼텟의 베토벤은 아직 못 찾았다. 추억의 톰 조빔의 웨이브를 듣는 설날 아침, 나는 나이 들었고 늙었다. 그리고 역사성 가득한 레코드들이 친구가 되었다.

PXL_20250129_033928200.jpg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7화널 닮은 사람은 좀 있을 테니까 안심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