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멀지 않은 책방을 갔다. 그곳에서는 차와 음식도 팔았다. 책은 1층에 진열되어 있었는데 2층 식당을 지나쳐 가야 했다. 아무도 없었지만 부러 숨죽이고 30분 정도 책을 둘러보았다. 세 권의 책을 골랐다. 2019년에 인쇄된 독립출판물과 안규철의 책,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유진목의 얇은 책 식물원. 1층 창가에 자리잡고 아내가 마실 차와 내가 마실 커피를 주문하고 창밖을 둘러보았다. 창 밖에 너무도 키 큰 가로등이 보였다. 나는 내 카메라를 들어 가로등을 찍었다. 다시 봐도 가로등은 그 키가 특별했다. 다시 30분 정도, 아내는 식당에 진열된 책을 읽고 나는 집에서 가져간 무나리의 예술로서의 디자인을 펭귄문고 영어판으로 읽었다. 조금 걷자고 해서 책방 주변을 잠시 걸었다. 내가 봤던 키 큰 가로등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 가로등의 하부는 CCTV를 지탱하기 위한 전봇대 같은 포스트였고, 그럼 키 큰 가로등의 상부는? 책방 앞 고가의 도로를 비추는 고가도로 위에 발을 디딘 가로등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본 키가 큰 가로등은 두 개의 기둥이 연결된 걸로 착시 착각한 내 머릿속이 본 것이었다. 책방 식당에서 내가 앉은자리가 그랬다보다.
그림자 역시 내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욕망은 시야를 크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