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독심 술이다.
기억력 안 좋은 나에겐 여행 시 관광이나 글보다 미친 듯이 사진을 찍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진 백만 장 찍어서 유튜브에 대충 편집해 올려 여행을 즐긴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정신없이 사진기록들을 남겼다.
하지만 그것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그냥 잡동사니에 불과하다
굳이 왜 프린트를 하느냐는 젊은이의 말을 20년 전에 듣고 충격을 받았는데
지금은 어중간한 카메라 보다 삼성 갤럭시 화질이 더 좋다.
특히 박물관이나 어두운 곳에서 삼각대까지 놓지 않을 바에야 핸드폰 화질이 훨씬 전달력이 좋다.
물론 나는 찍고 싶은 이미지는 그나마 캐논 단종된 작은 카메라 M2로 재밌는 필터들을 써서 찍는 재미가 또 있었지만 나중엔 그 조차도 무거워서 던져버리고 삼성폰으로만 찍는다.
그저 지금 이 세대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중인데 구글맵이 있기에 파파고가 있기에 내가 영어를 못하는데도 이 나이에 불어만 통한다는 무서운 파리를 도전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변화인지 혁명인지 개벽인지를 우리가 분간할 수가 없다.
너무 빨리 변하니 하루하루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저녁엔 매일매일 사진 정리하고 vllo앱으로 편집해서 유튜브 올리고 다시 한번 나의 소중한 파리에서의 하루하루를 복기한다.
미술관 도장 깨기 콘셉트로 시작한 일정 시작.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사진가 배병우의 전시가 RX gallery에서 한다고 해서 1번으로 스타트.
이런 갤러리들은 관람객보다는 수집가들의 장소라고 한다.
주택가에 숨겨져 있어서 찾기도 힘들다.
오픈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다가 초인종 누르고 들어가서 작품을 관람하고 나에겐 아무도 관심이 없다.
직원이 세 명이나 분주하게 움직여서 이곳은 판매위주의 개인 상업갤러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바쁜 직원에게 내 인증사진은 요청했다.
대충 테이어픽쳐 포미 플리즈~.... 하면서...
내가 말을 안 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3일째...
이젠 바디랭귀지 콩글리쉬 시작...
다음은 피카소 미술관으로 향했다.
예약을 안 하고 갔는데 오픈 30분 전 줄을 길게 서 있었다.
불안한 느낌에 마이리얼트립을 열어서 얼른 예약을 했다. 빛과 같은 속도로..
이럴 땐 MZ보다 빠르다. 소중한 1분 1분을 대기하느라 낭비할 순 없지....
피카소 미술관은 피카소 그림보다 더 아름다웠다.
곳곳이 셀카존이고 그림과 벽이 조화가 되어 예쁨 그 자체이다.
혼자라 셀프사진을 못 찍어서 안타깝긴 했지만 내 사진을 찍을 시간이 없었다.
여행 중 나의 최애는 뮤지엄 샵인데 피카소 뮤지엄샵에는 아기자기한 멋있는 게 많았다.
운영하는 주체에 따리 뮤지엄샵의 퀄리티가 다르다.
스페인에서도 피카소뮤지엄을 봤지만 거기 보다 뭔가 더 더 세련된 느낌.
사설재단이라 뭔가 더 고급고급하다는 느낌... 대신 입장료도 비싸지만...
독특한 디자인의 피카소 뮤지엄은 디스플레이를 누가 했는지... 정말 감탄이 나왔다.
사실 피카소의 일생을 보면 그다지 호감 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 독특한 상업성과 색채의 밀도는 역시 거장이구나... 를 느낀다.
이 천재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문화와 역사를 그리고 일자리를 창출했는가를 보면.... 가우디에 버금가는 듯하다.
그의 시대별 주제별로 그림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최대한 돋보이게 그림에 대한 예우를 해주는 듯하다.
죽어서도 돈 버는 최고로 운 좋은 예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