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3000원
2018년에도 단돈 3000원 짜리 목욕탕이 있다.
목욕탕 가격이 3000원이었던건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그러니까 1995년이었다 친구 규의 동네에 여전히 3000원인 목욕탕이 있다.
34년을 남부민동 산에 살던 준이 이사를 했다. 연말을 맞아 나는 부산에 내려왔다. 규는 때 마침 그의 아내에게 외출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철은 여전히 부산에 있었다. 준 규 철 감 이렇게 우리는 뭉쳤다.
준의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113번 버스를 타고 괴정치안센터 앞에서 내려 준이 사는 집으로 가는데 언덕이 제법 가팔랐다. 언덕 위에 아파트가 있다. 그래 여긴 부산이다. 집은 넓고 좋았다. 준의 표정은 좋았다. 대출금이 많다고 하긴 했지만 어찌됐든 새 보금자리니까. 규와 철은 위닝을 하고 있었고, 나는 계란후라이가 들어간 부산식 간짜장을 먹고 탕수육을 먹었다. 위닝을 몇판 했다.
준은 저녁에 다른 약속이 있다고 갔고, 남은 규와 철과 나는 일단은 규 집에 갔다. 배도 부르고 피곤하니 목욕탕에 가자고 했다. 동네에 3000원짜리 목욕탕이 있다고. 날은 제법 쌀쌀해서 옷깃을 여미고 걸었다. 좌천동굴을 지난다. 6.25때 방공호로 쓰였고 몇 년전까지는 술집으로 사용되었다가 지금은 문화재로 보존되어 있다. 개방시간이 4시까지라서 들어가진 못했다. 좌천동굴을 지나 3분 정도 걸으니 허름한 외관의 목욕탕이 보인다.
좌천탕. 좌천탕 입구에서 보니 과연 3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카운터에서 수건을 딱 1장 줬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남탕에서 수건을 한장만 주는 곳은.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90년대였다. 옛날 옷장들. 장판은 덕지덕지 누런색 테이프로 땜질되어 있었다. 열쇠가 없는 옷장이 많다. 그래도 우린 서로 웃으며 이 신기한 시간을 재밌어했다.
욕탕은 정말 더러웠다. 시간은 오후 5시. 정말 더러웠다. 아니 드러웠다. 몸을 담그는데 몸이 가렵고 스물스물 몸에 뭔가가 기어다니는 것 같다. 욕탕과 목욕탕의 바닥은 청소하지 않은 듯 미끌거렸다. 그나마 냉탕은 깨끗했다. 사우나에서 꿉꿉한 냄새가 났다. 총체적으로 불결했다. 고등학생 남자 둘이 우리처럼 신기해하면서 씻고 있다. 3천원의 수준을 서로 이야기 하며.
내가 아는 규의 몸이 아니었다. 배가 볼록하다. 규는 쌍둥이 아빠인데 운동할 시간도 없고 뭐 이제 나이가 나이니까 관리하지 않으면 살이 확 찐다. 목욕탕에서 몸을 불리고 있으면 평소에는 하지 못할 이야기를 한다. 무장해제가 된다. 우리는 규에게 부부생활이 어떻냐고 물었다. 이야기도 없이 귀가가 늦었을 때 아내가 울었다고 했다. 혼자서 쌍둥이 둘을 돌보고 있으니 그게 정말 힘들었던것 같다. 그리고 아내는 서울에 놀러가고 자주 놀러간다고 했다. 그 반대의 상황은 불가하다며. 지금 생각해보니 내 친구가 안쓰럽다. 쌍둥이가 아니었으면 덜 힘들었을텐데. 예전에는 정말 가까운 친구였는데 최근엔 전화통화도 거의 하지 못하고 카톡 대답도 잘 안한다.
좌천탕을 나오면서 나는 여기는 3000원을 나한테 줘도 다신 안갈거라고 했다. 개운하긴한데…뭔가 병에 걸릴것 같은 찝찝함이 남아 있다. 규는 전에 갔을 때도 씻고 나왔을때 찝찝했다고 했다. 그게 이제서야 기억난다고 했다.
좌천탕은 규와 그의 아버지가 다녔던 목욕탕이다. 규는 어릴때 이 동네에서 살았고, 결혼해서 보금자리를 여기로 잡았다. 그의 쌍둥이도 이 거리가 고향이 되겠지.
이름 : 좌천탕
주소 : 부산광역시 동구 좌천1동 5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