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위대한 법정>(서해문집, 2022)을 읽고
옐로 스톤의 늑대 이야기
옐로 스톤의 늑대 이야기에 대해서는 모두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1920년대 미국의 옐로 스톤 국립공원에서는 늑대 사냥이 한창이었다. 엘크(사슴의 한 종류)와 영양을 보호한다는 명분이었다. 1920년대 말, 옐로 스톤의 늑대는 모두 죽었다. 그 후 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옐로 스톤의 초식동물들이 급격히 번식했다. 이들은 국립공원의 풀과 나무를 먹어치웠다. 옐로 스톤은 황폐해졌다. 결국 국립공원은 1990년대, 옐로 스톤에 다시 늑대를 데려왔다. 늑대의 출현으로 옐로 스톤의 초식동물의 수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갔고, 국립공원의 생태계도 점차 회복이 되었다. 동물 한 종이 사라졌을 때 전체 생태계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생태계의 위기
<동물들의 위대한 법정>(장 뤽 포르케, 2022)은 생물 다양성을 어떻게 보전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한다. 환경 운동가들에게 비난받던 프랑스 대통령과 그 고문관은 세기의 재판을 열기로 결심한다. 인간들에게 동물들이 왜 자신의 종이 보호받아야 하는지 설명하는 공판을 열기로 한 것이다. 정부기관, 전문가들이 모여 동물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 목록에 이름을 올린 동물들을 재판에 불렀다. 동물들은 자신들의 특징과 자신들이 처한 위험을 이야기한다.
수리부엉이와 유럽칼새는 살충제를 먹은 곤충들로 인해 생식능력, 기대수명 등이 감소하고 있다. 붉은제독나비는 살충제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다. 여우, 멧돼지, 살모사를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인간의 무자비한 개발로 서식지를 잃었다. 책에서 언급된 일화들은 일부 동물 종만의 위기라고만 생각될 수 있다. 옐로 스톤의 늑대에서 봤듯이 동물 한 종에게 발생하는 문제는 생태계 전체의 문제가 된다. 그리고 생태계의 문제는 인간의 문제기도 하다. 박쥐가 이 점을 지적한다.
“인간은 이 세계에 완전히 속해 있습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요. (중략) 기후를 엉망으로 만들면,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건 우리만이 아닙니다. 당신들도 똑같이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141쪽)
보전 생물학자인 임정은은 생물 다양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구라는 터전을 두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젠가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다산초당, 2025)
모든 동물은 지구라는 나무 탑을 구성하는 나무막대이다. 생물 한 종이라는 나무막대 한 개가 사라질 때마다 전체 나무 탑은 흔들거린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결국 쓰러져 버린다. 다시 쓰러져 버린 나무 탑은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멸종 위기 동물'이라는 함정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1994년부터 '세계적색목록'을 발행하고 있다. '세계적색목록'은 동물들을 적색목록에 포함하지 않는 '미평가'에서부터 완전한 멸종을 뜻하는 '절멸'까지 동물들을 9개의 기준으로 나눈다. 각 나라에서는 이 기준에 따라 멸종 위기 등급을 정하고 그에 따른 보호대책을 세운다.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제는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멸종 위기 동물의 기준 역시 인간 중심의 관점이며, 그 외의 동물들 역시 생물 다양성의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인간 동물에 대한 인간의 자세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비인간 동물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일부 인간들은 동물들이 자신들의 생계에, 또는 다른 비인간 동물들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그들의 죽음, 더 나아가 멸종을 정당화한다. 재판장은 멧돼지가 "옥수수와 밀밭에서, 또 들판이며 포도밭에서 난장판을 벌이"(72쪽)기 때문에 멧돼지 사냥이 정당하다고 말한다. 또한 여우가 "사냥꾼들이 사냥철이 시작될 때 풀어놓으려고 키우는 꿩과 자고새를 숱하게 죽"(127쪽) 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이는 동물의 습성일 뿐이다. 인간이 멧돼지와 여우의 서식지까지 침투하고 그들의 서식지에서 그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사육한다. 멧돼지와 여우는 눈앞에 놓인 먹이를 먹을 뿐이다.
인간은 비인간 동물들 역시 지구를 나눠쓰는 동등한 이웃이자 친구라고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멧돼지에 의해 곡식 피해를 입는다면 밭의 울타리를 더 튼튼한 재료로 바꾼다. 호랑이나 표범 등에 의한 가축 피해가 생기면 가축 피해 보상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비인간 동물들의 습성을 고려하여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에게 어떤 동물이 유익한지를 떠나 모든 동물을 동등하게 소중히 대해야 한다. 지구 위의 그 누구도 생물이 어떻게 진화할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의 효용에만 집중한 보호와 보전은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접근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동물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해면의 말은 앞으로 인간이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어떻게 가장 원시적인 종 안에서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보지 않을 수 있겠어요? 숱한 잠재력을 품고 있다고 말이죠? 그러니 어찌 이 종들을 하나하나 돌보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어찌 감히 그 종들을 계속 파괴하는 권리를 휘두를 수 있겠어요?”(1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