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가스(Fougasse)

새로운 단골 빵

by 고목나무와 매미

"아빠, 브리오슈 만들어주면 안 돼?"

"버터랑 설탕 들어간 건 안 만들어~."

"그럼 베이글은?"

"우리 집 오븐에 그게 몇 개나 들어가겄냐, 굽기가 나빠서 안댜."


으르신이 깜빠뉴, 치아바타 외에 새로운 종류의 빵을 만들어보고 싶어 하셨다. 이참에 나는 그동안 먹고 싶었던 빵을 하나씩 말했다. 하지만 모두 탈락했다. 버터가 들어가거나 설탕이 들어가서 아부지의 '천연발효빵' 기준에 미치지 못했거나, 우리 집 오븐의 능력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아부지의 칼 같은 거절에 시무룩해진 채 나는 아부지가 새롭게 빌려온 천연발효빵 책을 뒤적였다. 그러던 중 '푸가스'가 내 눈에 띄었다.


푸가스는 고대 이탈리아에서 먹던 납작한 빵 panis focacius에서 유래한 빵이다(위키백과). 이 빵이 프랑스에서는 푸가스가 되었고 이탈리아에서는 포카치아가 되었다. 보통 사각형의 모양을 지니고 있는 포카치아와 다르게 푸가스는 나뭇잎 모양으로 굽는 것이 특징이다. 원래 이스트가 들어가지만 되도록 재료를 적게 넣고자 하는 아부지는 이스트를 생략하고 발효종만 넣어 반죽했다. 반죽을 한 번 발효시킨 후 블랙 올리브와 아부지가 직접 주말농장에서 재배한 바질을 듬뿍 넣고 다시 숙성시킨다. 이틀 동안 잘 숙성시킨 반죽을 오븐에 구워내면 푸가스가 완성된다.

SE-b4b1255a-df98-4917-8b67-57f6ea9402d8.jpg?type=w773 프랑스보다는 동남아시아의 나뭇잎 같은 아부지의 푸가스

바로 따 가루를 낸 바질을 넣어서 그런지 오븐에서부터 향기로운 바질향이 나와 부엌에 퍼졌다. 충분히 치댄 반죽에 올리브유를 발라 구워내어 푸가스는 바삭하면서도 쫀득쫀득했다. 소금이나 설탕 등을 넣지 않았지만 올리브 덕분에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느껴졌다. 푸가스는 결대로 쭉 찢어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다. 아부지의 비법은 올리브 오일에 발사믹 식초를 섞어 찍어먹는 것이다. 올리브유의 부드러움과 발사믹 식초의 시큼함이 더해져 맛이 더 풍부해진다. 나의 비결은 크림치즈다. 푸가스를 에어프라이어에 3~5분 정도 덥힌 후 차가운 크림치즈를 듬뿍 발라 먹으면 프랑스의 어느 시장에서 빵을 사 먹는 듯한 느낌이 난다.


몇 번 나뭇잎 모양으로 푸가스를 굽던 아부지는 이것조차도 너무 번거롭다고 생각했는지 아예 틀에 반죽을 가득 채워 구우셨다. 그 결과 두툼하면서 폭신한 방석 모양의 푸가스가 만들어졌다. 동남아 나뭇잎 모양이면 어떻고 밀 이삭 모양이면 어떻고 방석 모양이면 어떤가, 맛만 좋으면 됐지.

KakaoTalk_20220717_224552496.jpg?type=w773 방석 푸가스

버터도, 설탕도 들어가지 않고 우리 집 오븐으로도 충분히 구울 수 있는 빵. 그러면서도 쫄깃하고 맛있는 빵. 푸가스는 금방 아부지의 단골 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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