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갈수록 맛있는
"빵은 맛있는데 만들기가 영 드러워~."
빵 반죽을 하던 아부지가 말씀하셨다. 책 'Bread & Circus'에 나오는 '레이크 꼬모 브레드'를 만드는 중이었다. '레이크 꼬모 브레드'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만들던 치아바타의 원형을 따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레시피 개발자가 붙인 이름 대신 아부지는 이 빵을 '원조 치아바타'라고 칭한다.
치아바타는 다른 빵들에 비해 물이 많이 들어가 반죽이 질다. 만들면서 반죽의 공기를 빼는 펀칭과 반죽을 접는 폴딩, 숙성을 번갈아가면서 해야 하는데 반죽이 손에 자꾸 묻어 아부지는 빵 만들기가 "드럽다"고 표현한다. 이 빵은 펀칭과 폴딩, 숙성을 4~5차례 해야 하기 때문에 반죽 다루기가 더 까다롭다. 오죽하면 아부지의 레시피북에는 '가급적 만들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을까!
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장점도 많다. 이 빵의 가장 좋은 점은 빵이 부드럽다는 것이다. 여러 번의 펀칭과 폴딩을 통해 빵이 구워지면서 안에 구멍이 많이 생긴다. 이 구멍들이 빵의 식감을 부들부들하게 만든다. 또 깜빠뉴나 일반 식빵은 냉동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겉이 딱딱해진다. 하지만 원조 치아바타는 냉동했다 먹어도 폭신폭신하면서 촉촉하다.
또 반죽에 올리브유가 들어가는 일반 치아바타와 다르게 올리브유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더 담백하다. 그래서 다른 스프레드들과 잘 어울린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먹어도 맛있지만 우리 집에서는 바질 페스토와 주로 먹는다. 큼직한 원조 치아바타 조각에 바질 페스토와 모차렐라 치즈를 얹고 토마토를 얹어 먹으면 이탈리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담백한 치아바타에 짭조름하면서 향긋한 바질 페스토가 간을 해주고 토마토가 상큼함을 더해준다.
"원조 치아바타가 맛있기는 한디, 만들기가 영 별로여~"
30~40분에 한 번씩 빵을 펀칭하고 폴딩할 때마다 추임새처럼 붙는 아부지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맛있는 원조 치아바타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반죽에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동시에 다른 일들도 치아바타 만들기와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어떤 일을 할 때 들어간 정성과 노력은 결과물의 퀄리티와 비례한다. 계속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야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귀차니즘이 자주 찾아오는 요즘, 2~3일 동안 숙성시키고 반죽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훌륭한 빵으로 거듭나는 아부지의 레이크 꼬모 브레드를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