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풍요로움이 담긴 빵
"내가 이번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발효종 만든다!"
우리 집 반려 효모였던 제임스가 죽은 지 3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천연 발효종을 만들기 위해 냉장고 온도도 바꿔보고, 발효종의 먹이 주는 기간도 바꿔보고, 밀가루 종류도 바꿔봤지만 발효종은 좀처럼 자라지 않았다. 발효종이 없어 깜빠뉴, 치아바타 등을 만들지 못하고 있던 아부지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발효종을 꼭 다시 만들겠다고 다짐을 하셨다. 통밀을 사용했을 때 조금 발효종이 자랐던 경험을 떠올리며 먼저 통밀을 이용해 발효종을 만들기로 했다. 통밀에 물을 섞어 두니 조금씩 발효종이 생겼다. 조금 자란 발효종이 죽지 않도록 20%씩 강력분 밀가루를 섞었다. 날씨가 조금이라도 더워지면 바로 냉장고에 넣고, 시원해지면 차가운 물통을 넣은 아이스박스에 넣고 하루에 세 번씩 정해진 시간에 밥을 주기를 일주일.
"딸내미! 기쁜 소식이 있어!"
퇴근하고 나니 상기된 목소리로 아부지가 말씀하셨다. 너무나 기쁜 목소리에 나는 임시 공휴일이 새로 생긴 줄 알았다. 하지만 강력분으로 완전히 대체된 발효종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이었다. 천연 발효 빵을 만들지 못해 속을 썩던 아부지에게 다시 만들어진 발효종은 그야말로 "기특한 녀석들"이었다. 잘 만들어진 발효종에 '제임스 2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발효종이 생기자마자 아부지가 처음 만든 빵은 우크라이나식 블랙 브레드다.
우크라이나식 블랙 브레드는 아부지가 제빵 할 때 참고하는 책 'Bread & Circus'(도림북스)에 있는 빵이다. 이 빵이 우크라이나식 블랙 브레드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유가 책에 나와 있다. 하루는 저자가 운영하는 빵집에 우크라이나 출신 소녀가 왔다. 소녀가 빵을 하나 골라 먹어보더니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흘린 이유를 묻자, 빵에서 고향인 우크라이나의 향과 맛이 난다고 했다. 그때부터 빵 이름을 우크라이나식 블랙 브레드라고 지었다고 한다.
이 빵의 특징은 다른 빵에 비해 통밀 함량이 높고 견과류, 캐러멜, 인스턴트커피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인스턴트커피 가루가 들어가기 때문에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을 띤다. 여러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천연 발효종으로 만드는 빵 특유의 신맛이 적다. 견과류의 고소함이 느껴지면서 캐러멜이 끝에 단맛을 남긴다. 묵직하면서도 촉촉하여 식사 대용으로 먹기에도 훌륭하다.
우크라이나는 흑토지대로 흙이 비옥하다. 이 흑토는 우크라이나를 유럽 최대의 곡창지대로 만들었고, 우크라이나에는 밀, 해바라기씨 등 다양한 농작물이 자란다. 우크라이나의 다양하고 넉넉한 농산물처럼 우크라이나식 블랙 브레드도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풍족한 환경의 우크라이나는 지금 황폐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많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고향을 등졌고 책의 우크라이나 소녀처럼 다른 나라에서 고향에 갈 날과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전쟁 이전의 삶을 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