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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Nov 13. 2022

밀라노는 밀라노로 다시 돌아오게 한다

할 수 있다, 부모님과 유럽여행 Log 7

 이탈리아 경제의 중심지, 밀라노. 밀라노의 상징인 두오모 성당 옆에는 세계 최초 아케이드형 쇼핑센터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가 있다. 양 옆에 늘어선 명품 매장들과 바닥의 화려한 타일들을 지나다 보면 사람들이 폭 파인 곳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모여있다. 발을 대고 한 바퀴 돌면 밀라노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가진 장소다. 

 2006년 가족끼리 첫 패키지 유럽 여행을 갔다. 대부분의 패키지여행이 그러하듯 많은 도시를 짧은 시간에 돌아야 하는 일정이었다. 당연히 밀라노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스쳐 지나갔다. 2006년의 밀라노는 내 기억 속에 없다. 두오모 앞에서 찍은 사진 두세 장과 동생이 발을 대고 돌아보는 사진 한 장뿐인 도시였다. 

 2013년에 친구들과 첫 배낭여행을 유럽으로 가면서 다시 밀라노를 들르게 되었다. 30일의 일정 중 이탈리아에서 7일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을 보냈지만 로마, 피렌체 등의 도시에 더 집중하면서 밀라노는 다시 스쳐 지나가는 도시가 되었다. 역시나 밤에 친구와 둘이 찍은 두오모 앞에서의 사진 한 장만 남았다. 

 이번에는 돌로미티에 들어가는 관문으로 다시 밀라노를 방문하게 되었다.  

 베로나에서 맞는 아침. 밤새 내린 비로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었다. 선명하고 큰 무지개를 보며 이탈리아의 마지막 일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라노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밀라노 중앙역에 있는 약국을 찾았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24시간 이내에 받은 신속항원검사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우리나라로 돌아올 수 있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과 딸은 출근해야 하니 음성이라 한국으로 떠나고, 나랑 남편만 양성이 나와서 이탈리아에 남으면 어떡하나', '가족이 모두 양성이 나오면 비행기는 어떻게 바꿔야 하나' 등등의 고민들. 신속항원검사의 결과는 이탈리아 여행 동안 엄마를 잠 못 들게 했다. 엄마가 어디 블로그에서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번역기 어플을 통해 현지 말로 '살살해주세요, 저는 집에 가고 싶어요'를 보여줬더니 검사를 약하게 해 주었다는 글을 봤다고 했다. 엄마도 약사에게 영어로 '집에 가고 싶어요'를 반복했다. 하지만 약사는 얄짤없었다. 얼마나 깊숙이 찔러 넣는지 죽어 있던 바이러스도 다시 일어날 것 같았다. 약국 앞을 서성거리던 15분의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가족 모두 음성이 나왔다. 음성이 나왔다는 말에 엄마는 아이처럼 '꺄!' 하는 소리를 질렀다. 

한시름 놓은 후 점심을 먹으러 가리발디 문 앞의 꼬르소 꼬모(corso como) 거리로 갔다. 꼬르소 꼬모 거리 뒤로는 숲처럼 풀이 무성한 아파트가 있었다. 


 아빠가 이탈리아 마지막 날이니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를 먹어보자고 하셨다. 우리는 중면 정도의 굵기인 탈리아텔레(메뉴판에는 탈리아텔레라고 나와 있었는데 실제로는 베르미첼리 정도 되는 듯하다)를 이용한 라구 파스타, 노란 토마토와 부라타 치즈가 올라간 파체리 파스타, 치즈가 들어간 트러플 라비올리, 그리고 샤프란을 넣고 만든 리소토를 송아지 요리에 곁들인 밀라노 향토(?) 음식인 오소부코를 주문했다. 우리 가족이 입을 모아 가장 맛있다고 뽑은 메뉴는 파체리 파스타였다. 상큼한 소스가 신선한 부라타 치즈, 알맞게 삶아진 파체리 면과 잘 어울렸다. 아빠는 남은 소스까지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 드셨다. 

 만족스러웠던 점심을 마치고 두오모로 향했다. 두오모는 화려하고 웅장했다. 뾰족뾰족 솟은 첨탑들과 그 안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정교한 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밀라노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인 만큼 사람도 엄청 많았다. 어딜 가나 사람과 부딪히지 않고는 지나다닐 수 없는 정도였다.  

 두오모에서 빠져나와 스칼라 극장으로 향했다. 스칼라 극장 주변에는 마리노 궁전(Palazzo Marino), 이탈리아 미술관 등 여러 건축물들이 있었다. 

 마리노 궁전 옆을 지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Galleria Vittorio Emanuele 2)로 들어갔다. 번쩍번쩍한 벽들과 아치들을 지나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보였다. 스파이더맨 모자를 쓴 꼬마가 한 발을 구멍에 대고 열심히 돌고 있었다. 

"아빠도 한 바퀴 돌아봐."

"됐어, 뭘 돌아봐."

"혹시 모르잖아, 또 밀라노에 오게 될지?"

 결국 아빠도 나도 돌지 않았다. 미래에 밀라노로 다시 돌아올지 돌아오지 않을지 반쯤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밤. 우리 숙소는 밀라노 도심에서는 조금 벗어난 곳이었다. 숙소에서 멀리 밀라노 시내가 보였다. 밀라노 시내 뒤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밀라노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뽀제이 엄마의 여행 팁  

     밀라노에 가면 밀라노의 전통 음식인 오소부코(Ossobuco)를 먹어보자. 부드러운 소고기와 감칠맛 나는 리소토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경제의 중심지답게 유럽 유명 브랜드의 상점들이 대부분 있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프라이탁을 택스 리펀 받아 조금 싸게 살 수 있으니 프라이탁을 구경하고 싶다면 꼬르소 꼬모 거리에 있는 프라이탁 상점을 방문하면 된다.     

투제이 실무의 여행 팁  

     밀라노에 다양한 슈퍼마켓이 있는데 에셀룽가(Esselunga)가 규모가 크고 상품이 다양하다. 마비스 치약, 장미 토너, 바찌 초콜릿 등(포켓 커피는 여름이라 판매하지 않았다) 기념품을 살 때 들리면 좋다.    

     비비노(vivino)라는 어플을 사용하면 와인 라벨을 촬영하여 와인의 정보를 알 수 있다. 너무나 많은 와인 중에 무엇이 좋은지 고르기 어렵다면 사용해 보는 것도 좋다. 

 두오모, 스칼라 극장을 제외하고 밀라노에는 '최후의 만찬'을 볼 수 있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아 성당(Santa Maria delle Grazie)이 있다. 최후의 성당을 15분 동안 관람할 수 있는데 미리 예약(https://cenacolovinciano.vivaticket.it/index.php)이 필요하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시간이 남는다면 브레라 미술관에 들러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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