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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Feb 05. 2023

천문학자는 왜 별을 보지 않을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문학동네, 2022)


 천문학자 : 천문을 연구하는 학자

 천문 : 우주와 천체의 온갖 현상과 그에 내재된 법칙성 (표준국어대사전)


 천문학자는 사전적 정의처럼 천체, 즉 별(물론 과학적 정의로 별은 항성을 뜻하지만)을 연구해야만 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한다. 왜일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문학동네, 2022)는 달 연구자 심채경 박사가 본인이 천문학자로서 걸어온 길과 천문학 이슈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담아 쓴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왜 천문학자가 별을 탐구함에도 '별을 보지 않는다'라고 한 까닭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첫째, 문자 그대로 별을 직접적으로 보는 경우가 적다. 천체를 연구하더라도 별을 직접 관측하기보다는 컴퓨터로 관측 자료를 분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천문학자'라고 하면 긴 원통 모양의 천체 망원경에 눈을 대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실제로는 컴퓨터를 보는 모습을 떠올려야 하는 것이다. 


요즘은 우주 탐사선 자료를 쓰고, 직접 관측하더라도 CCTV를 보며 원격으로 망원경에 명령을 보내기 때문에 그렇게 온몸으로 관측하는 일이 드물다. 

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문학동네, 131쪽

 둘째, 오히려 천문학을 통해 사람 사는 일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천문학은 과학 학문들 중에서도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과 영향을 주었다. 천문학은 천체들의 물리적 거리 때문에 예전부터 자연 그 자체로 여겨지기보다는 어떤 계시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혜성이 떨어지면 안 좋은 징조로 여겨진다든지, 일식이나 월식이 일어나면 나라에 큰일이 생긴다고 믿었다든지 등등. 또한 조상들은 천체들을 보며 많은 예술작품을 창작했다. 달토끼 이야기, 그리스 로마 신화의 수많은 별자리 이야기 등을 창작했다. 마지막으로 천문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도 인간의 간섭을 받았다. 지동설과 천동설의 대립, 명왕성 퇴출처럼 말이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말은 천문학자들이 천문학을 통해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통찰하는 일이 더 많이 생긴다는 뜻일 수도 있다. 조선 건국 공신 정도전은 <이숭인의 문집 서문>에서 "해와 달과 별은 하늘의 문식인 천문이요, 산천과 초목은 땅의 문식인 지문이요, 시와 서와 예와 악은 사람의 문식인 인문이다."라고 했다. 천문을 통해 인문을 바라보기 때문에 천문학자가 별을 보지 않는다고 말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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