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문학동네, 2022)를 읽고
인생은 힘들다. 삶은 힘든 것이 기본값이지만 유독 버거울 때가 있다. 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인한 상실, 번아웃이 만들어낸 무기력함, 인간관계에서 문득 드는 고독감 등등. "인간에 대한 신뢰도 접어두고 싶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을 때"(<그가 바얀자그에서 본 것>, 121쪽), "세상이 뒤로 쑥 물러나면서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난주의 바다 앞에서>, 61쪽) 때가 있다.
김연수 작가의 단편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문학동네, 2022)는 왜 사람들이 이런 고난의 시기를 겪는지, 어떻게 이 시기를 견뎌낼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고통을 느끼는 이유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신, 실연, 소중한 사람의 죽음, 사업적 실패 등 과거의 아픈 기억은 우리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과거의 사건만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에 집중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지나간 일을 탓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지나온 시간에만 의미를 두고 과거에서 현재의 원인을 찾습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29-30쪽
그렇다면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당연한 말이지만 개인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다. 과거가 아닌 미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 있을 일상적이고 평범한 생활을 생각하면서 지금을 포기하지 않고 보내야 한다. 동시에 이 힘듦 역시 언젠가는 지나간다고 믿어야 한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이토록 평범한 미래>, 35쪽
지금은 모두에게 힘든 시기다. 코로나로 어떤 사람은 직장을 잃었고 어떤 사람은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여기에 전쟁으로 인한 피해,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남긴 상흔, 물가 폭등으로 인한 생활고 등등. 언제까지 이 힘든 시기가 이어질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낙관적인 태도로 우리를 놓아버리지 않아야 하는 까닭은 "아무리 세찬 모래 폭풍이라고 할지라도 지나"(<그가 바얀자그에서 본 것>, 121쪽)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지켜볼 꽃잎이 많이 남아 있"(<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181쪽)기 때문이다. 지금을 견뎌내면 다시 우리가 바라던 평범하지만 안온한 미래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덧, 김연수 작가 특유의 황량한 배경 속의 사람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너무 좋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이렇게 문학적으로 표현하다니 소설가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