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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Jul 16. 2023

"약함은 새로운 강함"

<마이너리티 디자인>(다다서재, 2023)을 읽고


 '마이너리티 디자인'이란 사회에서 배제되어 있는 소수자(minority)를 위한 디자인이자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사와다 도모히로가 자신의 아이에게 시각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소수자를 기점으로 삼아 세계를 더욱 좋은 곳으로 바꾸자"(34쪽)는 마음으로 마이너리티 디자인을 시작했다. <마이너리티 디자인>(다다서재, 2023)은 이처럼 소수자에게 영감을 받아 비소수자들까지 즐길 수 있는 일들을 디자인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마이너리티 디자인'에는 소수자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시각이 담겨있다. 저자가 시각 장애가 있는 아들뿐만 아니라 자신 역시 '운동치'라는 소수자임을 인지하게 되면서, 그는 사실 모두가 자신의 약점으로 인해 소수자의 위치에 놓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인간은 누구나 신체장애인이다. 설령 우아한 척해도, 팔등신이라도, 그것을 보이지 않는 거울에 비추어본다면, 각자 절망적인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다. 

오카모토 다로, <내 속에 독을 품어라>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뿐만 아니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콤플렉스, 약점으로 모두가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소수자를 바라보는 혁신적인 시각이었다. 저자가 운동을 하지 못해 체육시간에 배제되었던 경험에서 그는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저자는 또한 다양한 소수자를 만나면서 장애와 약점에 대해서도 이전과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도와줘야만 하는 대상인 장애인, 극복해야만 하는 대상인 약점을 수용하고, 이러한 점이 있을 때 즐길 수 없는 대상이 부족한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아들이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의 여러 행사나 활동에서 배제시키기보다는 그를 "불쌍히 여기지 않고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90쪽)이 많아지는 사회,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이 많아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을 제외하고 이 책의 장점은 또 있다. 저자는 '이런 사회가 필요하다'라는 문제 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한다. 광고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들이지만 저자의 방법은 다른 분야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체육을 못하는 학생들도 즐기며 참여할 수 있는 '유루 스포츠', 고령화 시대에 맞춘 정책 등 소수자를 위한 아이디어를 수립하기에 유용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마이너리티 디자인'과 비슷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소소하게 이슈가 되고 있다. 양손잡이용 가위부터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는 콘센트, 촉각과 청각으로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려주는 버스 정류장 등등. 유니버설 디자인은 "연령, 성별, 국적, 장애의 유무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이다."(국립장애인 도서관)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부족하다. 이런 디자인이 보편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마이너리티 디자인>에 제시된 것처럼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소수자와 비소수자가 모두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 많아지고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이 사회에 뿌리내린다면 신체적 장애,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나타나는 다양한 약점들로 인해 나타나는 '소수자'라는 개념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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