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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Jul 23. 2023

혼자여도 괜찮은 사회를 꿈꾸며

<에이징 솔로>(동아시아, 2023)를 읽고

 <에이징 솔로>(동아시아, 2023)는 저자가 사용하는 말로 비혼인 중년 여성들을 가리킨다. 저자가 에이징 솔로들을 인터뷰하면서 중년 여성들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 그들의 생각, 그들이 받고 있는 시각이 어떤지가 드러나며 이에 대한 저자의 단상 역시 나타나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한국 사회에 싱글리즘(비혼보다 결혼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며, 싱글 또는 비혼주의자에게 부정적인 편견을 갖는 일종의 차별주의, 네이버 시사사전)과 가족 제일주의가 얼마나 만연해있는가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법적 권리와 제도는 철저히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 중심이다. 주택 청약 신청, 법적 대리인, 병원에서의 보호자 등은 혈연관계의 가족만 할 수 있다. 이는 친구, 연인 등으로 이루어진 가정이나 비혼인 1인 가정에게는 큰 불편함을 초래한다. 사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 제일주의로 한국에서 4-50대 비혼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편견이 가득하다. 결혼하지 않고 부모를 봉양하는 여성을 "부모에게 기생충처럼 얹혀살면서 살림을 축낸다는 부정적인 시선"(226쪽)으로 바라본다. 혹은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결혼을 하지 '못했다'라고 생각한다. 

 책에 제시된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의 에이징 솔로와 관련된 보고서, 통계, 사례는 우리나라 에이징 솔로의 처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곤란한지를 보여준다.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을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는 제도는 이미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꼭 혈연관계의 가족의 동의를 요구한다. 또한 해외에서는 에이징 솔로들을 위한 다양한 공동체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지원도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나라들에 비하면 한국은 비혼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정책이 변화하는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 

 하지만 책에 나와 있는 에이징 솔로들의 솔직한 인터뷰 내용과, 점점 변화하고 있는 에이징 솔로들의 연대는 미래에 에이징 솔로로 사는 것이 마냥 두렵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희망을 준다. 전주의 에이징 솔로 공동체 '비비', 외국의 비혼 여성을 위한 공동체, 변화하는 사회에서 행동하는 비혼 여성들은 여러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비혼을 결심한 청년 세대나 비혼이 된 중년 세대에게 조금은 희망적인 청사진을 제공한다. 

 다만, 이 책에 한국에서 에이징 솔로로 사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합리적인 근거 및 대안 제시가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존재한다. 저자가 밝혔듯이 모수 자체가 적다. "내 관계망과 서울 지역에 머물지 않으려고 소개받는 사람의 폭을 넓히려 노력했으나 여전히 좁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318쪽) 또한 인터뷰 대상이 대부분 4-50대여서 60대 이상의 에이징 솔로의 경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집단을 충분히 늘리고, 60대 이상의 경험담이 늘어난다면 현재 대한민국 에이징 솔로들의 다양한 모습과 그들이 당면한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은 이야기한다. "남들 해보는 건 다 해봐야지." 일리 있는 말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에 들어서는 건 두렵다. 또 많은 사람이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길이 덜 닦여있어 불편함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 사람들을 위한 장치들도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 법적 서류가 존재하는 가족을 만드는 것 대신에 혼자 타인들과 느슨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을 인정하고 그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혼, 기혼을 떠나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인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성 간의 사랑, 혈연 외에도 친구끼리 사는 가족, 느슨한 연대로 구성되어 있되, 개인의 삶을 영위하는 가족 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하다. 이렇게 다양한 가족을 위해 나아가는 사회가 될 때, 생태계의 돌연변이 유전자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 사회가 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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