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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Dec 10. 2023

시공간이 전하는 위로

<시공간을 어루만지면>(2023, 창비)을 읽고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후 농촌으로 내려가 버린 후 '나'는 엄마, 동생과 함께 미스터리한 집으로 이사를 온다. 1층은 분명 비어있다고 했지만 종소리가 들리고, 정원이 가꾸어지고, 작물이 키워진다. 동생의 이야기처럼 귀신이 사는 집인 것일까?

 <시공간을 어루만지면>(2023, 창비)은 '나'가 이사를 오면서 위로를 받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사 올 때의 '나'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곧 수능을 앞둔 예민한 시기였고, 아버지의 돌연한 귀농으로  가족은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이 미스터리한 집과, 미스터리했던 1층 사람들과 점차 정서적으로 교감을 하게 되고 안정을 찾는다. 혼자 있던 나는 집 주변의 풍경과 소리를 보면서 동생이 왜 이 집의 안부를 계속 묻는지 찾아낸다. 

"그 모든 것이 혼자 겁먹은 채 집에 남아 있던 동생을 어루만져 주었을 것이다."(150쪽)

 동생은 일찍 집에 들어와서 비교적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다른 집보다 더 햇빛이 들지 않는 집에서 동생은 무서웠을 것이다. 1층 사람들과 집 주변의 동물들, 식물들은 이런 동생을 위로해 주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많은 위로를 받는다. 그중에서 가장 큰 위로는 가족들과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귀농한 후 '나'는 아버지를 미워했다. 하지만 1층의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집을 떠날 때가 되면서 아버지를 이해한다. 

"아버지를 가장 많이 속인 건 아버지 자신이라는 걸 인정하는 말. 그 말을 하고 나서야 아버지는 지평선을 넘을 수 있었을 것이다."(155쪽)

 '나'의 부모님은 평생을 '도시에서 중산층으로 살기'를 본인들의 꿈으로 믿으며 일했다. 어느 순간 이 꿈이 본인들의 진정한 꿈이 아닌 사회에 넓게 퍼져버린 전염된 꿈이라는 걸 깨닫고 지평선을 넘어 자신의 꿈을 찾아갔다. '나'는 이런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용기를 가지고 자신을 들여다봤다. 사실은 '나'가 장원을 멀리한 건 장원이 미워서가 아니라 갑자기 모든 걸 혼자 결정해 버린 아버지가 미워서였다는 것을.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를 바로 보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마주 볼 수 있다는 것을. 

 흔히 '집' 하면 안정된 공간,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한다. 밖에서 상처를 받아도 집에서는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나'는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집이라는 시공간 전체가 나에게 위로를 건네는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집'이 단순한 시공간의 물리적 실체를 넘어서 다가오게 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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