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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Jul 06. 2019

다산(多産)은 '죄'다!!?(최종편)

생명, 그 소중함에 대하여

전편 요약 : 이미 2남2녀 아이가 넷. 그런데, 늦둥이 다섯째가 생겨버렸다. 워킹맘 딸을 위해, 아이 넷을 모두 키워주신 친정엄마가 4년전 넷째 임신 사실에 격노했던 바. 애많은이피디와 애많은김자까는 다섯째 임신사실을 숨기고, 출산을 감행키로 한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고, 진통은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됐다. 애많은이피디는 출장중. 꽉 막힌 도로. 이미 5분 간격이 돼버린 진통. 친정엄마의 눈을 속이고, 외출을 핑계 삼아 병원으로 향했던 악몽의 그날. 애많은김자까는 홀로 무사히 다섯째를 만났을까?


전편에서 죄없이 분만실 저울에까지 올라가야 했던 친구를 돌려 보내고, 다시 혼자가 됐다.

분만대기 중인 산모는 나 뿐이었다.

연로한 산모가 남편이나 보호자 한명 없이 홀로 분만실을 찾았다는 사실에, 분만실 의료진 사이에선 측은지심의 공기가 무르익었다.

난 진통으로 정신이 혼미한 중에도, 마지막 출산이니 평소 '꼭 해보리라' 마음먹었던 일을 했다.


"간호사선생님"

-네?

"저도 무통주사 맞고 싶어요. 하나도 안아프다면서요?"

-그렇긴 한대요. 무통 맞으면, 효과가 40분 후에 나타나거든요. 엄마(나) 경우엔 그때쯤엔 아기 출생신고 하셔야 할껄요?"

"아 네......(쩝)"(무통을 맞으려면, 한시간 전 택시를 기다리며 맞었어야 했던 거다)

-진통제 놔드릴까요? 태아에게 해롭지 않아요.

"일단 좀 참아보고요. 정 못 참겠으면 말씀드릴게요"

-네. 진통오면 힘주시고, 많이 힘드시면...호출벨 눌러주세요.

"네에"


다시 혼자가 됐다. 진통은 무섭게 달겨들어, 지멋대로 할켜댔다.

참을만큼 참다가(몇분) 견딜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호출벨을 눌렀다. 간호사 한분이 다가오며, 많이 힘드시냐고. 내진을 해보겠다고. 아주 평화롭게 말을 건냈다. 평화는 고때까지였다.


아앜!!!!여기!!!! 빨리 옮겨 분만실로...교수님한테 연락하고. 빨리빨리.
(아이) 머리가 보여. 엄마(산모=나)!!! 힘주시면 안돼요.
참으세요. 교수님 오실때까지 참으셔야 해요.

(머래?) 저기요.............이게 참는다고....참아지는 그런 게 아니거든요.

간호사들은 나를 분만실로 옮기고, 울듯이 읍소했다. 제발 참으라고. 제발 참아달라고. 정신이 들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미 우리 아이들 넷을 받아주신) 이영 교수님은 산모의 진행속도가 빠르다는 메모를 차트에 남겨두셨던 모양이다. (아마도 빨강 볼펜으로 별 다섯!)


전속력으로 분만실로 뛰어들어오면서 파란색가운과 모자 장갑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착용하던 교수님은

"빨리 연락하랬자나욧!!"(평소 점잖던 분이, 버럭 언성을 높혔다)

"남편 어딨어 남편"

- 출장갔다니깐요

"아 맞다 맞다. 녀석 그새를 못참고 나오는 거야? 친정엄마한텐 얘기했고?"

-(별걸 다) 아뇨.(교수님 저 죽을 거 같다고요. 대화는 나중에...)

"(김)간호사, 스마트폰 가져와서 동영상 좀 찍어. 탄생의 순간은 있어야지. (나에게) 태명은 뭐야? 태명?"

- 없는디요?

"요즘에 태명 없는 아기가 어딨어? 너무하네"

-(교수님이 더 너무하시거든요. 저 죽을 거 같거든요)

"자자 뭘로 지을까? (인턴 레지던트 간호사들을 둘러보며) 태명 좀 생각해봐. 씩씩이로 하자 씩씩이. 어때? 괜찮지? (열일하시는 교수님)"

-(그러시등가요...제발요 교수님)

"씩씩아 이제 나오자" 하는 순간 "응애~~"

진통은 사라지고, 눈물이 똑 떨어졌다.


잠시, 잠들었다 깨보니 병실이었다.

그리고, 내 덩치만한 꽃다발이 나보다 먼저 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 대신 온 꽃바구니였다. 아프리카 레소토에서 남아공으로 이동하던 중 도착한 마누라의 톡 '진통이 시작됐어' 공항에 도착해서야 확인한 애많은이피디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애잔했을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카스에 나의 출산 소식을 알렸다. 지인들은 난리가 났다. 반응은 한결 같았다 '말도 안돼'

'거짓말, 나 지난주에 너 만났는데, 임신이라고? 게다가 출산이라니?'


문제는 이제 어떻게 울엄마 김여사에게 이 사실을 알릴 것인가?

5호는 아침 일찍 태어났지만, 내내 망설이다 오후 4시가 넘어 김여사에게 전화를 했다.

김여사는 말이 없었다. 말문이 막혔겠지. 왜 아니겠는가.

신생아에 대한 보호자의 몇가지 서명을 비롯해, 속옷이며 몇가지 필요한 게 있다고 했다.

대꾸없이 전화는 끊겼고. 저녁 6시쯤 김여사는 1호를 대동하고 병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속옷 가방을 내 얼굴에 집어던지고, 병실을 나갔다.

신생아 면회시간이었음에도,

물론 5호를 보러 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간 1호에게 문자메시지가 왔다.

'엄마, 할머니가 집을 나갔어'

예상했던 일이다. 가슴이 미어졌다.


4월 18일. 출산 다음날 아침. 병실에서 퉁퉁 부은 눈으로 노트북을 켰다.

난 전날 위경련으로 응급실에 간 작가였으므로.

늘 했던 대로, 3시간 쯤 꼬박 앉아 오전 내내 써서, 원고를 보냈다. 어젠 죄송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까맣게 탄 채로 까만 밤에 돌아온 남편은 마침내, 5호와 상봉했다.

늙고 검게 탄 아빠는 밤새 아들을 안고 있었다.


출산 사흘째 퇴원을 했고. 나흘째는 소풍가는 넷째를 위해 도시락을 쌌고. 늘 김여사가 했던 유치원 배웅과 마중도 내가 했다. 닷새째는 3호의 현장학습체험으로 장을 보고 또다시 김밥을 쌌다. (산욕기는 없었다)

계속 김여사에게 전화를 했고, 김여사는 받지 않았다.

5호는 제 처지를 알았는지, 도통 우는 법이 없었다. 밤 10시쯤 잠들면 아침 6시까지 밥달란 소리없이 울지도 깨지도 않고 잠을 잤다.

열흘만에 돌아온 김여사는 방문을 걸어잠궜고, 가끔씩 내방에 들러 소리를 지르고 문이 부서져라 닫고 나갔다. 물론 5호의 얼굴은 보지 않았다. 아기는 더 조용해졌다. 그렇게 한달. 김여사는 오래 전 예약했던 친구들과의 북유럽 여행을 다녀온 뒤, 한달 반쯤이 지나서 나를 향한 '나쁜년'이라는 추임새로, 어쩔 수 없는 맘을 풀었다.


왜 아니겠는가? 엄마는 결혼해서 시누이 두명과 여동생 남동생까지 돌아가며 몇해 데리고 살았다. 이제 좀 허리를 펴겠거니 했던 엄마의 40대 중반, 아빠는 말기 위암선고를 받았다. 김여사는 지극정성으로 아빠를 간병했다. 엄마의 정성 덕에 아빠는 덤같은 인생 10년을 더 살고, 하늘로 돌아갔다. 그런데 2년 후 결혼 한 딸이 아이 넷을 낳은 탓에 엄마는 외손주들을 또 그렇게 키운게다.

2호때부터는 도와주시던 베이비시터 이모님이 계셨지만, 모든 게 김여사의 손을 거쳐야했다. 인스턴트 음식 한번을 안먹이고, 뜨신 밥 먹이고, 맨손으로 응가를 닦아주면서...그런데, 또 다섯째라니.

그 다섯째가 지금은 여섯살. 애교넘치는 5호는 지금은, 김여사의 눈에 넣어도 안아픈 '내새끼'가 됐다. 5호에게 김여사는 엄마빠보다 사랑하는 할머니다.



5호가 태어난 뒤, 3주후 예방접종을 하러갔는데 소아과 주치의 선생님께서 아기가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고 했다. (정확한 명칭을 모르겠으나 그런게 있단다) 이렇게 수치가 높은 아이는 처음 봤다고 했다. 물론 치료가 필요하거나 하진 않지만. 이유를 모르겠다며 보통 진통시간이 길었던 신생아에게서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몇시간 만에 낳았죠?" "10분이요"

울엄마 김여사와 5호에게...미안한 마음 &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아울러 우리 아이들 다섯명을 건강하게 받아주신 여의도성모병원 이영교수님께도. 그리고, 나의 주님께도~


그럼에도 다섯째의 임신부터 출산까지,

축복받고 위로받지 못한

욕받이가 됐던 多産의 시간들.

차마 "잘했다"고는 못하겠지만

이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5호의 임신과 출산 동안,

난 그 한마디가 간절했다.

"괜찮아"



부록: 5호의 최근 일화>>

요즘 글씨 익히기에 재미를 붙인 여섯살 5호가 제 이름을 빨간색 볼펜으로 쓰다 2호에게 걸렸다.

5호의 기도.

"예수님. 제가 실수로 이름을 빨강색으로 쓰다가요. 큰형(2호)이 빨강색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대서요. 정말 '후'는 안썼거든요. 진짜거든요. ㅜㅜ 근데, '이정'까지는 쓰고 말았어요ㅠㅜ. 제가 잘못했어요. '이정'이란 친구가 무사하게 해주세요"



지금까지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애많은김자까)


https://brunch.co.kr/@olee09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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