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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Jul 04. 2019

다산(多産)은 '죄'다!!(2편)

축복받지 못한 임신, 그리고 출산

전편 요약 : 이미 2남2녀 아이가 넷. 그런데, 늦둥이 다섯째가 생겨버렸다. 네아이를 모두 키워주신 친정엄마가 4년전 넷째 임신 사실에 격노했던 바. 애많은이피디와 김자까는 다섯째 임신사실을 숨기고, 출산을 감행키로 했다.


애많은김자까 애많은이피디의 다섯번째 임신&출산 이야기 2.

(처녀가 임신을 했다한 들, 나만큼 손가락질 당했을까?)


앞이 캄캄했지만,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었다.

태 안에 있건, 태 밖에 있건 이 아이도 생명이었으므로.

남편은 '결정한 이상,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어머니(김여사=장모)께 빨리 말씀드리자고 했지만,

난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번 틀어지면, 몇주고 몇달이고 풀릴 줄 모르는 울엄마 김여사를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평소라면, 일단 부딪혀라도 보겠지만,

그때 난 만신창이었다. 다섯째라니. 그것도 마흔세살에.

이 올가미와 같은 현실이 앞으로 내 발목을 잡아틀어쥘 생각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나, 수긍이나 수용과는 엇비슷도 하지 않는 분노의 체념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난 매일 기도했다. 아니 끊임없이 반항하고 대들었다.

'주님, 당신이 주신 생명 감히 제가 꺾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하실 수 있습니다. 제발 부디 이 아이를 당신의 손으로 거둬 가 주십시오. 이 생명을 당신 손으로 꺽어 가 주십시오.'

'아이가 없어 고통받는 가정도 많은데, 간절히 원하는 그들에게 주시지. 당신은 이 무슨 몹쓸 심통이십니까? 대체 저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으시기에, 날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십니까?'

이런 기도를 하고, 고해성사를 보고.

다시 똑같은 기도를 하고, 고해성사를 보고.

원망했다 회개했다 협박했다 매달렸다.

임신 몇달 동안 원망과 통곡 뿐이었다.

곡끼를 끊고, 울며 밤을 새던 그땐,

자연유산이 아니라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처참하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이런 와중에 양가 부모님께 임신 사실을 알리고,

또다시 축복받지 못하는 임신에 대한 질타와

주위의 무신경한 말잔치 속에 혀찬 소리까지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분하고 또 분했다.

특히, '잘못했다' '죽을 죄를 졌다'는 해결책없는 가식적인 빈말로

친정엄마 앞에 세워진 가시돋힌 벽을 두드릴 자신이 없었다.

김여사에게 면목없는 일은 분명하나, 생겨버린 다섯째가 죄는 아니었으므로.


남편은 반대했지만, 결국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그리하여, 다섯째 임신 사실은 우리 부부와 나의  친구 인미, 이집트에 있는 친구 은주.

이렇게 네명의 비밀이 됐다.

같이 사는 친정엄마를, 또 아이들을 어떻게 속일 수 있겠냐 싶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린 열달간 그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그 누구도 열달동안 나의 임신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어떻게?


이유는 간단했다. 모두의 머릿 속엔

"설마. 미치지 않고서야"


무엇보다 우리 엄마 김여사는 속여먹기 녹록지 않은 상대다. 학창시절 성적표를 꺼내놓기도 전에 내 눈빛만으로 "너 오늘 성적표 받았지?" 꼭 짚어내고야 마는 빈틈없고 명석한 김여사였으므로.

그러나,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다섯째라니....


심지어 어느날, 김여사는 내게

"야!! 넌 요즘 왜 그렇게 임신부처럼 살이 찌니? 출근도 안하고 집에서 일한다고 하고, 꼼짝도 안하니까 살이 찌지. 운동 좀 해"




그렇게 달수는 차갔다.

셈법으로는 출산 예정일이 5월초.

하지만, 의사선생님(여의도성모병원 이영교수님)은 아이 크기로 보나 뭘로 보나 출산일은 4월 중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런 와중에, 남편은 5주 장기 출장을 가게됐다. 아프리카로. 그때가 2014년 3월 초였다.

4월 18일에 귀국하는 일정이었으므로, 그런 일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남편은 출장가기 전날 다섯째 아기에게

"아빠 올때까지 기다려야 해. 엄마가 울면 달래주고, 잠못자면 재워주고. 알았지?"


유일한 동지마저 떠나고 나니, 몸은 더 지치고, 마음은 불안했다. 어떻게 얘기해도 최악이었다.

여전히 잠을 못잤고, 여전히 먹지 못했다.


먹지 않고, 잠도 못이루니...기운이 없을 밖에. 남편이 출장을 떠나고 어느날.

못먹고 못자는 일상을 반복하던 만삭 임산부는,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오다 발을 헛딛여

크게 넘어진 일이 있었는데,

그때 주차된 차안에서 내다보던 당시 중학생이던 첫째가 울듯이 쳐다봤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첫째는 엄마의 임신을 눈치채고 있었고, 그저 혼자만의 비밀로 나름의 걱정을 하고 있었단다. 할머니가 알면 난리 날텐데....)


한번은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종일 굶고 여전히 잠못 들던 어느날 새벽, 하도 기운이 없어 과일이나 먹을 요량으로 냉장고 문을 열자,

하필 깨있던 우리 엄마 김여사가 뾰족하게 말을 던지기를.

야, 돼지같이 살이 쪄선 새벽에 또 뭘 먹으려고?

못들은 체 하고 과일 한알 꺼내 먹을 수도 있었지만,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허기는 참을 수 있었지만,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

고작 과일 하나에 돼지가 되고 싶진 않았다.


방으로 들어 와서, 이집트에 있는 친구 은주에게 톡을 보냈다.

'종일 못자고 못먹다 과일 하나 먹으러 나갔다가 돼지같단 소리만 듣고 쫓겨 들어왔어. 우끼지?'

잠시후, 친구는 톡을 확인했지만, 몇분간 답이 없었다.


그리고, 몇분후 새벽에 울리는 '띠링' 계좌알림문자. '입금 27만원'

은주였다.

"젬마야. 지금 계좌에 한국돈이 이것 뿐이네. 내일 나가서 먹고 싶은 거 사먹어. 원화 들어오는대로 더 보내줄게."

아이처럼 울음이 터졌다.




다산은 죄다!!(3편) 커밍 쑤운~^^

다산은 죄다!!(1편) https://brunch.co.kr/@olee09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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