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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Jul 05. 2019

다산(多産)은 '죄'다!!?(3편)

다섯째 출산기

전편 요약 : 이미 2남2녀 아이가 넷. 그런데, 늦둥이 다섯째가 생겨버렸다. 네아이를 모두 키워주신 친정엄마가 4년전 넷째 임신 사실에 격노했던 바. 애많은이피디와 애많은김자까는 다섯째 임신사실을 숨기고, 출산을 준비하게 됐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고, 마침내 진통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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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프리카 오지에서 촬영 중이었다.

이제 일주일 후면(4월 18일) 귀국이지만,

불행하게도 웬지 임박한 것 같다. 출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맘은 불안했고, 또한 분주했다.


도둑임신이라기도 뭣하고, 임신출산 007작전이라기도 뭣하지만.

여하튼 철저히 비밀에 붙여진 다산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아기를 맞기 위한 준비는 필요했다.


준비 1단계. 출산준비물.

아무리 빈손으로 새생명을 맞이 한다하더라도

퇴원할때 새 배냇저고리 한장과 겉싸개 속싸개는 있어야 하니 않겠나?

그런데 무슨 수로?

무슨 수로 그걸 사서 빨아서 삶아서 말려서 보관하겠냐는 말이다.

울엄마 김여사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키고 앉았는데.

할 수 없이, 공범을 한명 더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같은 학부형이자 친한 동네언니에게 SOS를 쳤다.

이 언니가 출산준비물을 준비해주기로 했다.

겉싸개 속싸개 배냇저고리를 세탁 후 보관하다 병원으로 가져다주기로....


그리고, 출산준비 2단계. (다소 건방진) 기도.


"주님 우리 그간의 일을 다 잊도록 하십시다. 굳이 싫다는 데, 제게 새생명을 주신거나, 그렇다고 제가 감히 주님께 버릇없는 언사를 했던 거나...퉁치자고요. 그래서 말인데, 주님. 혹시라도 앵감(애많은이피디)이 귀국하기 전에 진통이 오게되면. (물론 저한테 그렇게까지 모질게 하진 않으시겠지만) 제발 주중 출근 시간은 피해주시옵고."


왜냐면, 서울시내 어디나 그렇겠지만, 우리집에서 출근시간에 시내로 나가는 길은 그야말로 전쟁(교통체증)이다. 또 나의 일이라는 게 주중 매일 오전 10시까지 원고를 마무리해서 송고해야 하는 작업이었으므로.


"설마 당신이 제게 그정도로 모질게는 하지 않으시리라 믿지만서도, 주중 출근시간에 진통이 와서, 혼자 병원에 가야할 불상사가 생기면, 그러면.
제발 택시라도 빨리 잡을 수 있게 해주시옵고"
역시나, 우리 동네 출근시간엔 시내방향으로 나가는 택시를 잡는 건 하늘에 별따기인지라. 택시 잡는데 반시간이 걸릴지 한시간이 걸릴 지 모르는 일.


뭐 이렇게까지 기도가 디테일하냐고 하겠지만.

문제는 나의 초스피디한 출산까지의 시간 때문이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 첫째부터 다섯째까지는 1~5호로 명명하겠음)

병원 분만실에 도착해 관장이니 뭐니, 검사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출산하기까지의 소요되는 시간.


1호 : 3시간 30분

2호 : 1시간 30분

3호 : 1시간

4호 : 35분

5호 :???????


진통시작과 함께 5분 간격이 돼버리는 신이 내린 출산체질(개인적으로 아주 싫어하는 표현입니다만)인지라, 진통이 시작되면, 아주 신속하게 분만실에 당도해야만 했다.  오마이가뜨!!!!!

그래서, 다시 정리하자면, 당시 나의 기도 목록은


1. 남편 귀국하고 나서 출산할 수 있게 해주세요.

2. 주말에 낳게 해주세요.

3. 출근시간은 피해서요.

4. 제 앞에 택시가 줄서있게 해주세요.


요롷게 네개. 인간적으로 아니 신적으로도 임신과 함께 내가 그간 겪었던 맘고생을 생각하신다면, 하느님은 적어도 이 정도는 들어주셨어야 했다. (내 생각엔.)


결론은 이렇다.

남편은 4월 18일 저녁에 귀국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세월호 아이들의 무사 귀환을 빌었던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간절한 기도들 때문에 내 기도쯤 잊어버리셨을 수도 있겠다. 이해한다.) 16일 밤을 지나며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진통. 뉴스를 보며, 밤을 꼴딱 새운 17일 아침. 그야말로 딱 출근시간에 접어들자 진통은 빠르고 심술맞게 진행됐다. 더는 참거나 기다릴 수 없었다.

난 슬그머니, 노트북을 챙겨 외출(입원)준비를 했다. (노트북은 위장을 위한 소품이었다.)

엄마는 어딜 가냐고 물었고. 난 세월호 때문에 오늘은 방송국에 나가서 일을 해야한다고 뻥을 쳤다.


이로써 주님은 이미 나의 1,2,3번 기도는 아주 보란듯이 무시하셨으므로,

난 집을 나와 진통에 짓니겨지는 발음으로 담당피디에게 전화를 해야했다. (함께 일하는 분들께도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므로)

"죄송한데, 제가 위경련으로 지금 응급실에....세월호같은 큰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렇게 돼서 너무 죄송해요. 오늘만 떼워주시면 내일부턴 차질없이 원고 보낼게요"

흡.....

그래 좋아. 다 좋다고.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주님!!!! 주님!!! 제발 택시는 한대 딱 잡아주실 거죠. 그러실 거죠?!!!


아....그러나, 현실은 꽉막힌 도로, 빈택시 제로.

'주여 나에게 왜 이러시나이까?'

눈물이 핑돌았다. 누구의 배웅도 받지 못하고, 남편도 없이. 노트북 한대를 껴안고 애낳으러 가는 여자라니?

밭에서 호미매다 애낳으러 갔다는 할머니뻘 그 옛날 산모들과 내 처지가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이미 5분 간격이 돼버린 진통을 참으며 난 10분 넘게 택시를 기다렸다. 서럽고, 무서웠다.

정말 길에서 애 낳고, 바로 앞 세탁소에서 스팀다리미로 소독한 가위로 탯줄을 자르게 생겼으므로....

'이제라도 집에 차를 가지러 가? 내가 운전해서 가? 아냐아냐 ㅠㅜ' (그럴 상태가 아녔다)  

그냥 길바닥에 벌러덩 누워?

'아이고~~~임산부 죽네~~~' 진심 이럴까도 생각해 봤다.

누구라도 임산부를 차에 태워 병원에 데려가 주지 않을까? (X은 많이 팔리겠지?)



그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끼익'하고 '덜컹'하며, 내 앞에 와서 택시 한대. 택시의 연식은 20년이상 된 거 같지만.....뭐가 됐든.....알렐루야~~!!

영화 '택시운전사' 중


(나는 평소, 택시운전기사도 정년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승객이나 다른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바.)

부랴부랴 택시에 타고 보니, 정말 거짓말 안보태고, 택시 기사사님의 나이? 아니 연세? 90은 됐을 듯.

맙소사.

 

일단,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으므로

진통에 뭉게진 발음으로

"기........ 여............병원이요."

이때 돌아온 답.

"뭐라구우?"

"여의도성모병원이요"

"뭐라구우? 내가 귀가 어두워서, 잘 안들려. 뭐라구우~~~??"

"(주여! 맙소사!) 여.의.도.성.모.병.원.이요"

"어...알았어어~~~~~~"

"기사님. 죄송한대요. 제가 진통이 심해서요. 좀 빨리 가주실 수 없을까요?"

"뭐라구우?"

"(고래고래 소리지름) 애 나올라고 한다고요. 애.가.나.온.다.고.요. 여기서 애낳게 생겼다고요오~~~~~~~~~" (아.놔.진.쫘)...

기사님은 알아 들으셨는지 어쨌는지, 그때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데,

커브길 핸들트는 각도며, 브레이크를 콱콱 밟아 대는 통에....

애낳으러 가면서, 임신초기의 입덧을 다시 경험할 줄이야. 진통과 입덧(멀미)의 콜라보.


이렇든 저렇든 난 외모로 봐선 90세 기사님 덕에 여의도성모병원에 무사히 도착했고.

당시 택시비가 12000원 정도 나왔지만, 2만원을 드리고. 정말 감사하다고. 잊지않겠노라 인사하고 내렸다.

진심이었다.

여의도성모병원


택시에서 내리는 배부른 임산부의 일그러진 표정에, 사람들은 모세의 기적 마냥 건물밖에서 엘리베이터까지 단번에 길을 터주었고, 나는 드디어 분만실에 입성했다.

"살았다. 알렐루야"

그런데, 그 순간 분만실 간호사 왈.

"무슨 일로 오셨어요?" (머래?)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 간호사의 머리채를 쥐어뜯고 싶었다.

배부른 아줌마가 진통 때문에 허리가 폴더폰처럼 접혀 분만실로 들어왔는데, 무슨 일로 오셨냐고?

(그때 그 간호사선생님께 좀 버럭 했던 것 같다. 죄송~)


그 간호사선생님이 좀 독특했던 것이.

소식을 듣고 회의하다 말고 달려온 내 친구에겐.

밑도 끝도 없이

"어머머~~~ 이리 오세요"

라며 친구를 부축해, 저울에 올려놓더란다.

멋도 모르고 일단 저울에 올려진 친구가 뒤늦게 "근데 왜요?" 라고 물으니,

애낳으러 오신 거 아니에요?

콱!! (친구는 그때나 지금이나 미혼인데 말이다)

                                                                                        -3편 끝


4편 예고에 앞서,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 겠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나는 분명히 이렇게 기도했다.


1. 남편 귀국하고 나서 출산하게 해주세요. 18일 귀국 ☞ 17일 출산

2. 주중 말고 주말에 출산하게 해주세요. (방송국에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므로, 핑계 댈 게 없다고요) ☞ 17일 목요일

3. 제발 차막히니, 출근 시간은 피해서, 진통이 시작되길요.☞ 딱 출근시간

4. 병원 갈때, 택시라도 잘 잡히게 해주세요.☞ 택시 15분 기다림(진통과 입덧의 콜라보)


'그래~~네가지를 다 들어주실 순 없다고 치자고요. 그래도 이중 하나는 들어주셨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 와중에도 주님의 깊은 뜻이 있었겠지만, 어리석은 인간은 아직도 그 뜻을 헤아릴 길 없나이다. 아멘'


우여곡절의 끝판왕이었지만, 어쨌든 주님이 주신 다섯째 생명은 곧 태어날 것이다. 문제는 딸이 애낳으러 병원간 줄 모르고, 일하러 방송국 간 줄 아는 울엄마 김여사가 이 사실을 알면, 어떤 대참사가 벌어질 지....그 끔찍한 이야기는 4편에서 ㅠㅜ커밍쑤운~!!


다산은 죄다!!?(1편) https://brunch.co.kr/@olee0907/7

다산은 죄다!!?(2편) https://brunch.co.kr/@olee0907/8


https://brunch.co.kr/@olee0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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