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많은김자까 Jul 06. 2019

홀로 남겨진 '오줌싸개' 1학년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1호부터 5호까지, 2녀 3남의 엄마, 애많은 김자깝니다.


(몇호의 일인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일학년때의 일이다.

담임선생님이 다급하고도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나는 생방송 중이었고, 시간은 얼추 점심시간이었다.

그날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로, 아이의 소체육대회가 있던 날이기도 했다.

담임선생님의 전화 내용인즉은 이랬다.

아이가 오줌을 쌌으니, 어서 와서 옷을 갈아입히든지 어떡하든 해결해내라는 것이었다.

직장에서 전화를 받고 난감했다. 당황스럽기도 했다. 어떡해야 하나 싶었다.

답임선생님은 급식 먹으러 가야하는데, 어떡할거냐며 퉁퉁거렸다.

아네네 선생님...전화기 너머로 연신 죄송하다 코를 박으며 외할머니가 곧 갈아입을 옷 가지고 학교로 갈거라며,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울엄마 김여사께 전화를 드렸고, 그렇게 김여사가 학교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전화전화를 끊고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보니, 본능적인 부화가 치밀었다.

어쩌라고?!!


애가 오줌을 쌌고, 엄마란 사람은 직장에 있고. 그리고, 일학년 애가 실수 할 수도 있지.

전화 통화내용을 복기해 보니, 사정은 이러했다.

어떤 사정인지 모르나 반친구가 우리 아이가 무얼무얼했다고 선생님께 고자질을 했다.

선생님은 아이를 불러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눈물이 먼저 나온 아이는 울음 먹은 소리로 제대로 설명을 못했단다. 그래서, 선생님은 일단 뒤로 나가 서있으라고 했다. 이유가 어쨌는 벌을 서는 모양새가 됐던 아이는 소변이 급했지만, 화장실에 다녀오겠단 말을 못하고 옷에 실수를 한 것이다.

선생님께 전화를 받은 지 20분이나 지났을까, 담임 선생님은 재촉 전화를 걸어 짜증을 냈다.

'아직까지 안오시면 어떡해요. 이제 하교 시간인데....'

순간 머리 위에서 스팀이 퍽 하고 올라왔다.

“선생님 전화하신지 20분도 안됐어요. 지금 외할머니 가고 계실테니 기다리세요”

돌변한 나의 고압적인 태도에 뜨끔. 담쌤은 농담인지 비아냥인지...모를 얘길 이어서 했다. 거기까지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담임선생님은.

“급식 다녀와 보니, (당신의 자녀가) 혼자 과자를 까먹고 있네요. 애는 애네요. (낄낄...)”


'뭐라구요? 1학년 아이를 오줌 쌌다는 이유로 교실에 혼자 세워두고, 급식을 다녀오셨다고요?'

이날 늦게 일어나 아침밥도 거르고 오전내내 죽어라 소체육대회 뛴 아이였다.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그나마 현명했다 아이는.

그날 체육대회라고 엄마들이 돌린 간식을 까먹을 생각을 했으니.

그러나 쌤은 아이의 행동을 끽끽대며 전하며,

“(벌받고 오줌 싼 주제에)애는 애네요” 라고 말했다.


하루를 참아봤지만, 진정되지 않았다.

평소 이성적이고, 화 낼지 모르는 남편 역시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하루 지나, 반나절을 더 참자참자 하다, 선생님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후에 찾아 뵙고 싶습니다”“네 그렇게 하셔요"


교실 앞에 도착해, 기다리려니 분노가 극에 달했다.

분명 담임선생님도 당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이나 당시의 내 기분을 서로가 공감하지 못한다면....그건 전쟁일 수 밖에 없다.

그때 우연히 다른 학년 우리 아이의 담임선생님과 마주쳤다.

평소 존경하던 선생님이었다.

그냥 가볍게 인사만 하려다....그냥 동생이라 생각하시고, 저에게 조언을 해주십사 말을 꺼냈다.

전날의 에피소드를 다 듣고 난 선생님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 어제 많이 우셨죠.”(난 울지 않았다) 한참 눈물을 찍어내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런데 어머니, 제게 이런 일이 한번 있었습니다.

체험학습을 갔는데, 아이 하나가 배가 몹시 아팠습니다. 순간, 전 당황했습니다.

나는 그 순간, 과연 이 아픈 아이 한명을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하는 건지,

아니면, 나머지 아이들을 건사해야 하는 건지.

다행히 그날 명예교사 자격으로 따라온 어머니들과 의논해, 전 남았고,

어머님 두분이서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갔습니다.

그때 명예교사 어머님들이 안계셨으면 어떡했을까...지금도 생각만 하면 오금저립니다.

어머니. 물론, 그 담임선생님이 그 상황에서 보다 현명하게 행동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아쉽습니다.

그 작은 아이가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하지만, 어머님, 분명 그 아이의 담임선생님도 고민은 했을 겁니다.

더 중요한 건, 제가 그 선생님을 잘 알고 있지만, 그분이 절대 왜곡된 사람은 아니라는 겁니다.

방법은 서툴지언정, 왜곡된 교사상은 아니라는 겁니다. 저학년 담임선생님으로서 서툴었던 점은 제가 인정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머니께서 선생님을 만나고, 만족할만한 답을 얻지 못할 경우

어머님과 아이가 겪을....이겨도 이기는 게 될 수 없는 상황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가슴 아픕니다. 어머니.


선생님은 계속 눈물을 찍어냈지만, 이미 그것으로 됐었다. 난.

나를 대신한 선생님의 눈물로 힐링됐고, 나의 감정은 리셋됐다.

오줌싸개 아이의 담임선생님을 향해 치닫던 분노도 어느덧 사라졌다.

그래. 좀 더 다른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그냥 급식을 데려가던가.

식사를 챙겨 교실로 가져다 주던가.

그게 아니라면, 아이들을 급식실에 데려다 주고 다른 선생님께 부탁한 뒤,

담임선생님은 돌아와 아이와 교실에서 잠깐 있어 주던가....나라면 그렇게 했겠지만,

그 선생님은 내가 아니었고, 난 그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또다른 우리 아이의 담임선생님으로 본인의 일마냥 나를 다독여 줬던 선생님.

뜨거워진 내 머리를 식혀주고, 차가워진 내 가슴을 뎁혀준 선생님.

그 선생님은 이듬해 오줌싸개 우리 아이의 담임선생님으로 다시 연을 맺게 됐다.

선생님과 함께 했던 우리 아이 둘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고,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인성을 배웠다.


학부형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오줌싸개 일화는 나뿐이 아니었다.

어떤 아이는 배탈이 나 교실 바닥에 구토를 했는데, 담임선생님이 엄마가 와서 교실 바닥을 닦고 가라고 해서,

그렇게 한 엄마도 있었다.

 

그럼에도 오줌싸개의 선생님은 저학년에 서툰 사람이었지 교사의 자질이 없는 사람은 아녔다.

아이들도 사랑했다.

학년이 바껴, 그 후로도 여러해 동안 학교에서 자주 마주쳤지만, 진심 아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아이가 잘 지내냐는 말도 잊지 않으셨다.


오줌싸개 아이의 일로, 학교로 쫓아갔던 날, 얼굴 붉히며 그 선생님을 만났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날 일은 내가 참은 게 아니라, 당시의 상황을 이해했던 거다.

무엇보다 머리를 식혀주고, 가슴을 뎁혀준...김**선생님. 감사합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