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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Oct 14. 2019

형의 생일선물...전 재산 '2000원'

'형제'라는 이름의 선물

며칠 격무에 시달리다, 

오랜만에 브런치 앞에 앉으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방송작가 말고, 브런치 작가로 살고 싶습니다 ^^

오랜만에 5남매 녀석들 얘기 들려 드릴게요. 

2호 그리고 3호. 두살터울 형제의 엉뚱함을 감상해보세요.


1. 생일선물 (1)     


며칠 후면, 중2 3호의 생일이다.

몇 년 전, 3호의 생일. 토요일이었다.

(3호 초등학교 3학년쯤이었으리라)


당시 남편, 애많은이피디는 토요일 녹화 스케줄 탓에,

아침 미역국을 함께 먹고,

점심은 3호가 좋아하는 자장면에 군만두를 시켜주기로 하고,

저녁은 아빠가 퇴근하는대로 외식을 하기로 했다.

해마다 3호 생일 외식메뉴는 한결같다. 녀석이 애정하는 양념소갈비.

그리고, 선물로는 레고가 갖고 싶다고 했다.

생일케잌에 대한 기대도 컸다.

형과 누나도 형편이 되면, 선물 하나 사줬으면 하는 눈치였다.

아빠는 토요일 일 마치고 5시면 귀가하는지라

토요일 성당 미사를 다녀오고 교리를 마쳐도 예닐곱시면,

양념갈비를 뜯을 수 있겠지.


하지만, 아빠는 7시가 돼도 8시가 돼도 오지 않았다.

엄마는 왜 늦는 거냐며, 늦으면 늦는다고 전화라도 하지 그랬냐며,

전화로 바락바락 아빠한테 화를 냈다.

결국, 엄마 애많은김자까는 “오늘 외식은 없다”는 선언을 하곤,

불끈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괜찮은 등심이 있었으나, 이 많은 아이들(다섯)의 배를 채우기엔

부족한 양이었다.

살벌한 저녁식사가 끝날 때 쯤 9시가 다 돼 아빠가 돌아왔다.

분위기, 역시나 살벌했다.


살벌한 와중에 엄마가 신경질적으로 2호를 불렀다. 엄마는 3호가 배부르다며 ...

포장도 뜯지 않고 가져온 성당간식 토스트를 먹지 않겠냐고 2호에게 물었다.

(한창 클 나이의 2호에게 등심 저녁식사는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므로)


일단 2호는 반가운 눈치였다.     

그런데, 토스트를 먹는 2호 모습이 어색해,

애많은김자까는 2호에게 고개를 들어보라 했다.

2호는 울고 있었다.

왜냐니 절대 우는 게 아니란다.

넌 우는 거고, 우는 이유를 말해야 한다고 엄마 애많은김자까는 다그쳤다.

(애많은김자까는 애많은이피디의 늦은 귀가로 3호를 위한 생일외식이 취소된 것에 대해,

그때까지 약이 바짝 올라 있었다.)

“토스트가 맛이 없어서냐? 토스트가 너무 맛있어서냐?”

아니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2호가 결국 목이 메어 말했다.

2호  “3호가 불쌍해서요...”

엄마 “모가 불쌍해?”

2호  “제가 그동안 너무 많이 때린 거 같아서요”     


뜬금없이 동생을 그동안 많이 때렸다고 울 2호가 아녔다.

2호는 그랬을 거다. 3호는 몇 달 전부터,

제 생일이 얼마 남았다고 고대하고 고대했었다.

생일 전날엔, 잠도 못자고, 카운트다운을 했더랬다.

아침엔 조용히 3호 “엄마, 생일파티는 하지 않는 거죠?”

엄마 “응. 왜?”

3호 “아뇨. 전 생일파티가 싫어서요”(ㅠㅜ 실은 이때 디게 불쌍했다. 하고 싶었던 거다. 친구들처럼 3호도 친구들을 초대해 집에서든 피자집에서든 생일파티를 하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엄마는 출근을 해야 하고. 그러면 그 수고로움은 오로지 외할머니 김여사의 몫이 될 게 뻔하므로...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던 거다)


그런 3호가 생일파티는커녕, 그렇게 노래불렀던 양념소갈비도 먹지 못하게 됐고,

엄마의 심기로 봤을 때, 오늘 레고도 못사러 갈 것 같다.

3호는 슬슬 눈치보며, ‘기적의 계산법’을 풀러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2호는 3호가 가져온 토스트를 먹으며, 눈물을 흘린다.


3호는 배가 불러서라고 했지만, 양념소갈비 먹으러 갈 생각에...

성당 간식엔 손도 안대고, 고대로 가져왔으리라...

그런 3호가 가져온 토스트를 먹다보니 2호는 절로 눈물이 났던 거였다.     


3호야. 이런 형아가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아들아,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주지 않았구나.

생일 축하한다, 사랑한다.

우리 레고 사러 가자꾸나. 우리 아들     


PS. 그날, 2호는 3호에게 전재산 2천원을 주며 “생일 축하한다”고 했다고 한다.  


2. 생일선물 (2)     


그후로 몇 달 후, 한참을 보이지 않던

우리집 엉뚱한 3호가

밤 11시가 넘어 쭈뼛 방에서 나온다.

(다음날은 내 생일이었다.)     


3호   엄마 이거 가지세요

(보니 천원짜리 몇개와 백원짜리 몇개)

나     이게 뭔데?

3호   이게 4천4백원인데요. 엄마 생일선물  사고 싶었는데, 이걸로는 살수없었어요

나     (귀여운 녀석) 아~~이게 엄마 생일 선물이야? 그냥 이거 가지고 있다가 돈 모아서 3호가 사서 줘. 선물

        그리고, 4천원짜리 선물이어도 훌륭한데??

3호   (눈물이 글썽) 그게요. 제가 이것보단 더 많이 있었어요. 그걸 다 드리고 싶었는데 (질질짠다)

나     근데?

3호   아무리 찾아봐도 못찾겠는거에요. ㅠㅠ

나     그게 얼만데?

3호   분명 4천6백원이 있었는데, 200원이 없어졌어요.


순간. 푸핫 웃음이 났지만, 어여쁜 동심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마도 제 생일에 형이 생일선물이라고 주었던

전재산 2000원이 꽤나 녀석의 심금을 울렸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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