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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Sep 24. 2019

dead 와 dad

이집트에서

2011년 이집트로 1년 연수를 다녀왔다.

아랍의 봄.

철권통치 무바라크 정권이 종식됐던 그 해.     

1,2호는 당시

영국국제학교(MBIS: Maddi Brithish International School in cairo)에 다녔고.

(우리나이로) 각각 6학년. 2학년이었다.

1호는 근면성실한 탓에 영어수업을 곧잘 따라갔지만,

역시나, 문제는 2호였다.

가뜩이나 영어의 기초도 없는데다

짝꿍으로 한국아이를 곁에 두다보니,

영어를 익히는 데 더뎠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2호는.

모든 게 완벽해야 입을 떼는 1호와는 달리,

일단 어떤 말이라도 질러보잔 스타일.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1호가 3박4일 일정으로 사이프러스(Cyprus)로 과학체험학습을 다녀왔다.

한국은

수련회나 체험학습을 다녀와서,

이튿날 쉴지 말지를

학교 차원에서 결정해 모든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지만,

영국학교는 자율에 맡긴다.

학교를 가던지, 하루 쉬던지.     


당시 1호는 하루 학교를 쉬겠다며,

마침 수업이 없었던 아빠를 따라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그날 아침, 체험학습에 가지 않았던

1호의 케냐친구 씨함이 2호에게 물었다.     


“정연이 어디갔어? 왜 학교 안왔어??”

용케 알아는 들었던 녀석은

영어가 짧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았다.     

“흠...hmm......마이 시스터 정연. 데드. 마트

(화들짝, 식겁) “왓!!!!!!!!!!!!!!!!!!!!!! 정연이가 마트 가서 죽었다고?!!!!!!!!!!”

“노노노노....마이 시스터 정연. 데드. 마트.”

“그러니깐. 정연이가 마트에 가서 죽었다는 거냐고?”

“(대략난감)”     


결국 2호의 엉뚱하고도 용감한 영어 덕에,

 그날 아이들의 영국학교는 아주 발칵 뒤집어졌다.     

‘한국에서 온 이정연마트 가서 죽었더란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이들의 정상적인 대화는 이러했어야 했다.     

Cyham “Where is Jungyeon? Why is she absent from school?”

2호 “My sister Jungyeon went to mart with dad”

Cyham “Okay, I see.”     


그러나, 현실은      

Cyham “Where is Jungyeon? Why is she absent from school?”

2호 “Hmm............... My sister Jungyeon...............dead..................mart"

Cyham “What?!!!!!!!!!!!!!!!!!!!!!!!!!!!!!!! Jungyeon's dead at mart?”     


뱀발(蛇足). 어학은 용감한 자가 승리한다는데,

서툰 영어 실력으로,

제 누나를 사지에 몰아넣었던 2호 녀석은

역시 난놈은 난놈이다.

고1이 된 지금도 영어 실력이 형편없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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