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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Oct 04. 2019

늙은 요즘엄마가, 요즘엄마에게

평소 자녀 훈육은 '엄격함'이라고 생각하는 애많은김자까인지라.


다섯째를 출산한 나이가 마흔셋이었고,

그 아이가 지금 여섯살이니,

나는 요즘엄마되, 늙은엄마다.


언젠가 정치인 누군가,

본인은 자라면서 한번도 '안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던가?

그 즈음 엄마들 사이에선 내아이에게

 '부정적 표현 쓰지 않기'

가령 '안돼'같은 말은 금기어로 하는 게

유행인 적이 있었던 거 같다.

당시 한 후배가 내게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언니, 저는 안된다거나 하지말라거나 그런 말은 아이에게 하지 않아요"

그러면, 뭐라고 하니?

"다른 말로 하죠. 부정적인 말이 좋지 않대요"

하지 말아야 하고, 안되는 걸. '안돼'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더 혼란스럽지 않을까?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다만, 니가 알아서 잘 하겠지.


3호가 대여섯살일 때의 일이다.

백화점 옥상 정원에서 1,2,3호는 뛰어놀고,

난 안에서 통창으로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3호 또래일까? 한살이나 어릴까 싶은 꼬마가

우리 아이들을 따라다니는 데, 자꾸 3호를 때리는 거였다.

'어라'

1,2호는 "때리지마" 정도의 말로 점잖게 타으르는 걸로 보이는데,

폭행의 횟수가 잦아지고 있었다.

'얼러려'

그래서, 뉘집 아이인지 주변을 스캔해 보니,

유모차를 앞에 두고 또래 엄마들과 수다삼매경에 빠진 한 여인이 보였는데,

그녀의 시선처리로 보나 꼬마의 동선으로 보나, 그 여인이 꼬마의 엄마가 맞지않나 싶었다.

'못본거지, 설마 못본체하는 거겠어?'

그러나 그녀는 분명, 자기 아들이 울 3호를 때리는 장면을 힐끗힐끗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두고 봤다.

그때, 1,2,3호가 들어 와서

"엄마. 쟤가 하지말래도 자꾸 3호를 때려요"

"그래서? 내가 해결해? 그걸 바라고 온거야?"

".........."

"엄마가 해결하러 나가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니네가 잘 타일러서 같이 놀아야지.

꼬마도 같이 놀고 싶어서 그러는거 아냐. 니네가 형이고 누난데 좀 받아주고, 타이르면 좋잖아"

아이들은 본전도 못찾고, 시무룩해져 다시 밖으로 나갔다.

일단 엄마의 해결방법이라는 게 늘 엄격함과 동시에 공포를 조장하기에,

일어나선 안될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급기야, 그 꼬마가 3호를 때리며 밀쳐버리는 바람에,

3호는 크게 넘어지며 바로 옆 난간없는 분수댄지 연못에 몸 한쪽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때까지 울상이 돼 쫒겨다니던 3호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잠시 지켜봤다. 그 꼬마의 엄마는 모든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정원으로 나가 그 꼬마 앞에 섰다.

그리고, 딱 그 엄마가 들릴만큼의 성량으로 말했다.

"니네 엄마 어딨니? 꼬마야, 너한테 뭐라는 거 아냐.

엄마 어딨니?"

1,2호가 지금도 얘기하는 게

엄마는 좋게 말하면 카리스마요.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사람을 쫄게 만드는 아우라가 있다고 한다.

딱, 그 정도의 표정과 말투였다.

꼬마는 당황했고, 멀리서 꼬마의 엄마는 안절부절했다.

피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럴 단계는 이미 지났다.

다시 꼬마에게 스.타.카.토.로 물었다.

"엄.마. 어.디. 계.시.니?"

그제서야 비비적거리며, 그 엄마는 다가왔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해요"



몇해전 결혼식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시다시피 웨딩홀이라는 데가 몇건의 결혼식이 동시다발적으로 치러지고,

그게 한두시간 간격이라

부페식당은 뉘집 결혼식 하객인지 모를 사람들이 뒤엉켜 식사를 하는 복잡한 곳이다.


우리 일행이 테이블을 잡고, 일어나 음식을 가지러 가는데.

네살 정도나 됐을까? 아이가 유모차를 밀며 놀고 있었다.

귀여워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바라봤다.

다만 아이가 유모차로 막은 길은 사람들이 음식을 가지러 가는 유일한 통로였을 뿐.

바로 엄마가 곁에 있었기 때문에, 곧 비켜주겠지 하는 마음에

그저 아이의 해맑은 모습을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뒤에 길게 줄지어 사람들이 기다리는데도

엄마는 아이를 따라다니면서도 비켜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때, 뒤에서 한 어르신이 불편한 목소리로

"거기 길 좀 비켜줘야지. 사람들이 기다리잖아"

그제서야, 그 엄마는 힐끗 보더니, 제 아이가 막고 있던 길을 터줬다.

그때까지도 애들이니 그럴수 있지. 옹심이 나진 않았다.

그런데 슥 지나쳐 오는데 그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말.

"미안해 아가. 노는데 방해해서"

그 엄마는 한마디를 덧붙였어야 했다.

"미안해 아가. 노는데 방해해서, 하지만 여기는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라 막고 있으면 안되는 거였어"


그 귀여운 아이의 가족은 우리 바로옆 테이블이었다.

몹시 부산스러웠다. 양껏 가져온 시리얼 과자와 음식을 통째로 엎어 주위가 엉망이됐다.

왜 아니겠는가? 아직 아기인데.

엄마아빠는 아이에게 더없이 친절했다. 예쁜 가족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쯔쯧 혀찬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이가 쏟았던 과자들, 바닥까지는 아니더라도,

(물론 예식장 직원들이 치우겠지만) 의자 위의 과자는

다음 사람을 위해 좀 치워놓고 가면 안되나?

테이블 위엔 아이가 차고 있었을 돌돌 말린 기저귀도 있었다. 하필이면 밥먹는 테이블 위에.


몇년 전에 1호의 학부모반모임을 갔는데,

한 엄마가 팔에 붕대를 감고 나왔다.

왜 그러냐니, 물렸단다

"개한테?"

"아니 사람한테"

"????"

"애한테 물렸는데, 사실 애엄마한테 물린 거나 마찬가지지"

"무슨 말이야?"


지인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중이었는데,

대여섯살 돼 보이는 아이가

시종 식당에서 뛰어다니더란다.

애니까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그 아이가, 밑도끝도 없이 다가와서 지인의 팔뚝을 물어버리더라는 거다.

아무리 소리쳐도 떨어지지 않는 애를

그 엄마가 와서 떼어놓는데, 아픈 건 둘째치고.

말리는 엄마가 아이에게 한 말이 참 가관이더란거다.

"OO야. 지지야 지지..."


'안돼'

부정적인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관대함에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그 관대함이 베푸는 게 아니라,

받는 거로만 알고 있다면,

아이는 금세 좌절할 것이다.

세상은 그에게 일방적인 관대함만을 베풀지 않을 것이므로.


사랑받기 위해선 사랑해야 하고.

인정받기 위해선 인정해야 하고.

배려받기 위해선 먼저 배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교사인 후배가, 말하기를.

어느날 어떤 엄마가 화가 나서 학교로 찾아왔는데, 이유인즉은.

자신의 아이를 왜 딴 아이들보다 더 사랑해주지 않느냐며,

우리애는 다른애들과 다르다며,

왜 똑같이 대하느냐고 따졌다고 해서, 실소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나역 내 아이가 학교에서 사회에서 다른사람보다 특별하게 사랑받길 원한다.

그러나, 사랑은 태초부터

사랑받을 만한 사람들의 몫이었다.

사랑받는 법도 배워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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