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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Jul 29. 2019

비형이와 오형이들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백설공주는 행복했을까?


천주신자인 내게, 주님께서 한 종교를 더 허락하신다면,

난 뒤돌아볼 것 없이, 무조건 혈액형교다.

애많은김자까는 혈액형 신봉자며 오형이다.

나만이 쓰는 용어로는

오형 중에서도 대문자 O형이니, 소문자 o형들하곤 견줄 수가 없는 못말리는 O형이다.

출처 https://blog.naver.com/onlysay9289/10143291506


내새끼들이 몇명인지는 못맞춰도,

날 보고 오형이 아닐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여즉 한사람도 없었다.

우리 오형민족들로 말할 것 같으면

다혈질에 오지라퍼, 추진력은 물론이요.

생색학개론으론 전집도 낼 수 있다.


할말 다하고, 화도 잘 내지만, 뒤끝없다는 게 우리 오형민족들의 크나큰 자부심이지만,

에이형 민족들은 상대방 기분이야 어떻든 할말 다 지껄이고 뒤끝없다 자부하는

오형민족들을 더러 경멸한다.


추진력도 그렇다. 추진력이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갑 중의 갑이지만, 뒷심이 부족하다.

뒷마무리가 흐지부지할 때가 더러 있다. (단기프로젝트는 잘 해낸다)(이걸 끈기가 없다고 해야 하나?) 다만, 남의 눈을 드럽게 의식하는 체면쟁이들이라, 어느정도의 소기의 성과는 낸다.

추진력과 함께 못말리는 오버성향이 부록으로 딸려오는 경우도 있다.


또, 오지라퍼 오형민족들은 정에 약해서, 더러 우유부단함을 보이기도 한다.


오형은 뻑하면 화부터 내는 다혈질이지만,

비형들은 은근 잘 참는다.

성격이 좋아서가 아니라, 찮아서 참는다.

감정을 몰입해야 하는 분노의 상황에서도,

포스트 분노 상황을 계산하며,

'화를 내? 말어?'를 계산한다.

사후처리과정이 귀찮을것 같으면

참는게 비형민족들이다.

그런 비형이 화를 낸다면, 일단 피하자. 못말린다. (간혹 "쟤 왜저래" 싶을 정도로 팔짝뛰기도 한다)


여튼 체온은 36.7도요.

열정온도는 100도씨로 늘 끓는점인 나는

개인적으로 비형의 쿨함을 늘 동경해왔다.

작정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내 곁의 지인이라는 사람들 대다수가 비형민족이다.

대표적인 비형민족은 물론 애많은이피디.

출처 https://blog.naver.com/onlysay9289/10143291506


혈액형에 대한 팁을 하나 더 주자면,

소문을 낼땐 오형에게, 비밀을 지키고 싶을 땐 비형에게 말하라.

오지라퍼 오형은 남의 일도 내일처럼 반갑다.

그에 비해 비형은 남의 일에 관심이 없다. 비밀을 지키고 싶어서가 아니라, 남의 사정에 통 관심이 없고. 귀찮아서 굳이  발설과 전파할 의지도 없다.


가령.

어느날, 난 애많은이피디에게 은밀하게 얘기해줬다. (참. 기억하시는 지? 애많은이피디는 통풍이 잘 되는 귀를 가지고 있다.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이거 오프더레코든데...말하믄 안돼. 글쎄 a랑 b랑 그렇고 그런 사이란다"

"헐. 어떻게 그럴수가" 당시 애많은이피디는 놀라자빠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한달 뒤. 술자리에 다녀온 이피디

"이거 오프더레코든데...."

"어"

"내 참. 너무 놀라지마. 글쎄 a랑 b랑 그렇고 그런 사이란다"


이젠 뭐 별로 놀랍지도 않다. 비밀 얘기라고 해줘봤자, 일주일새 까먹는 참 싱기한 초능력.


여하튼 그런 그가, 결혼초.

내게 뼈있는 한마디를 했다.


"난 우리 애들이 O형이었으면 좋겠어."

- 왜?

"속에 담아두는 법 없이, 참지도 않고, 다 따지고....스트레스가 없잖아. 난 우리 애들이 여보처럼 오형이었으면 좋겠어"

- 근데 왜 이를 앙당 물고 말하냐?

"아니야 요보. 봐~ 지금도 하고 싶은 말 1도 안참고 다하자나."

-그래서?

"좋다고!"


애많은이피디는 복도 많지. 소원 성취했다.

20살 1호부터 여섯살 5호까지. 2녀 3남 다섯명 모두, 오형이들이 태어났다. 그것도 죄다 대문자 O형이들.

그 뿐인가? 울엄마이자 그의 장모 김여사 역시, 비록 소문자이긴 하지만 o형이다.

비형 애많은 이피디는 7명의 오형이들과 살고 있다.

종종 "그래. 소원대로 새끼들 모두 오형이들이라 좋냐?" 라고 물으면,

"내 입을 쥐어뜯어버리고 시포"


그래서 우리집엔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가 아니라.

비형이와 일곱오형이들이 살고 있다.


'애많은이피디=비형이'의 고충을 아예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2미터 30센티미터 우리집 식탁에서 비형이 한명과 일곱 오형이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애많은이피디&애많은김자까'가 만든 식탁(목공 6개월 배움)


그때, 3호가 밥풀 한톨을 흘렸다.


1호 : 야. 넌 나이가 몇갠데 밥풀을 흘리니? ㅉㅉ

2호 : 그러게 말이야. ㅉㅉ

4호 : 작은 오빠는 맨날 그래. ㅉㅉ

5호 : 난 밥먹을 때 밥풀 안흘리는 데. ㅉㅉ


온갖 비난에 부글부글 하던 3호가 5호의 말에 버럭한다


3호 : 쪼꼬만 게 어디서!!!

1,2,4호 : (이구동성 비난쇄도) 니가(오빠가) 뭔데, 5호한테 큰소리를 쳐어~~~~

나 : 야 시끄러!! 밥이나 먹어

김여사(장모) : (날 가리키며) 야!! 니가 더 시끄러


이때까지, 묵묵히 밥만 먹던 비형이 애많은이피디는 빈밥그릇을 들고 조용히 일어난다. (남이사 밥풀 한톨 흘리든지 말든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오형이들 없는데서 하루만 살아봤으면'

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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