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많은김자까 Jul 19. 2019

네발 달린 남편, 술먹으면 뭐다?

요즘 그리스로마신화를 공부 중이다. 쫌 유식해질라고.

한창 읽고 있는 대목이 박쿠스 디오니소스 편인데,

아시다시피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나온 아들로, 풍요와 술의신이다.

물론 바람펴서 얻은 자식이다.

그래서, 제우스는 조강지처 헤라의 눈을 피해 디오니소스를 양육하는데,

실레노스가 그의 양육자이자 스승, 또는 양부라고 알려져 있다.

실레노스로 말할 것 같으면, 날마다 술에 쩔어사는 고주망태로 유명하다.

술................실레노스..................누군가 떠오른다. 인상착의도 비슷하다.

뚱뚱한데다 배가 나오고 늙기까지 한, 술에 쩌들어 정신 못차리는.

한국판 실레노스. 그는 애많은이피디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퍼옴


실레노스에 대해, 디오니소스의 스승이자 양육자다...여기까지만 대개는 알고 있지만,

또 다른 기록에 의하면, 실레노스는 반은 인간이요. 반은 짐승이다.

위로는 사람이요. 아래로는 짐승이란 말이다.

반은 사람 반은 짐승?

술먹으면 뭐다? X다!!

고로 한국판 실레노스, 술취한 애많은이피디는 뭐다? X다!!

(내가 이럴라고 그리스로마신화 공부중이다. 팍C & MERONG)

애많은이피디의 술에 얽힌 비화는 무궁무진하지만.

애많은김자까를 뒷목잡게 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만을 소개코저 한다.


음주야 뭐라 하겠냐만은

문제는 빈도와 정도다. 선만 넘지 않으면 된다.

일단 자정을 넘긴 술자리는 윤허(允許)치 않는 바.


2012년 11월 초.

일찌감치 자정을 넘어 새벽 1시경.

그에게 전화가 왔다.

"요봉~~~~~~~나 돼리 불러떵(나 대리 불러써) 쫌땅봥(좀 있다 봐)"

- 죽고 잡냐?

"요봉~~~~~~~~~~~~땨량행"

-그 땨량 개나 줘버렷!!


짧은 통화가 끝난 지 30분여.

여의도에서 우리집까지 오고도 남을 시간이며,

대리기사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하더라도 40분 안에는 귀가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1시간이 다돼가는 데도 한국판 실레노스는 귀가치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연락두절.

가능성 있는 상황을 몇가지로 정리해보면.


1. 대리를 불러놓고 차안에서 잔다.

2. 대리를 불러놓고 차로 가는 중에 길가에 뻗었다.

3.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


요래 세가지지만, 1번 가능성이 99.999999999%

그러나, 당시 건너건너 아는 분이 주취상태에서 잠시 공원에 누웠다가 저체온증으로 객사한 일이

있었던 바,

희박한 2번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걸 죽여살려 하다...

새벽 세시. 당시 초딩 3학년이던 2호를 대동하고 여의도로 향했다.


이미 이마엔 뿔이 두개. 정수리 쪽엔 세개.

이 사이론 송곳니가 턱밑까지 자라고 있었다. (누가? 내가)



방송국 정문 앞에 도착해 들어가는데,

근무 중인 청원경찰이

"어디가세요?"

내가 십년 넘게 이곳을 드나들면서, "어디가세요?"라는 질문까지 받아야 하나?

하긴, 초딩 아들을 데리고, 흡사 몸빼 차림으로 새벽 3시반에 씩씩거리며 방송국 정문을 통과하는 데

누군들 곱게 보내주랴.

그러나, 이미 독이 오를대로 오른 나였기에,

"남편 잡으러 갑니닷."(자랑이다)


그때, 청원경찰의 뜻밖의 반응!


혹시 남편분이 이** 피디세요?

아놔...증말...!!!!!!!!!!!!!!! 쪽팔리...!!!!!!!!!

네.

"어우 말도 마세요. 우리가 두시간째 깨우고 있는데,

주차장에서 저렇게 시동은 걸고, 저러고 계세요."

(저러고=자고)

"대리를 부르셨나본데. 대리기사가 오면 뭐해요.

차문은 잠겼고 아무리 두드려도 모르고, 저렇게 잠만 자는데요."


"결국 대리기사님도 가고.

차적 조회로 신원확인했는데, 집 전화도 없더라고요."


내가 거기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

죄송합니다.


"저희한테 죄송할 게 있나요?

다만 두시간째 저렇게 문 꼭꼭 닫고 코만 골고 있어서, 저산소증이라도 될까봐...그게 걱정이었죠.

119를 불러야 하나...고민하고 있었죠.

보조키 있으세요?"


아뇨. 깨워야죠.


"아유..안일어나실 거에요.

저희가 몇명이 붙어서, 2시간 동안 깨웠는데. 유리창을 두드려도 소용없고.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고. 차를 흔들어 봐도 소용없고요."


네. 그래도 일단 제가 해볼게요.


"못 깨우실텐데."


난 차앞으로 갔다.

입 벌리고 자고 있는 꼬라지하고는.

할수만 있다면, 저 입에 X 한바가지를 퍼 넣어주고 싶었다.


평소 성격대로라면, 깨진 벽돌이라도 들고와서 차문을 아주 뽀사뿌리겠으나,

청원 경찰 아저씨들이 보고 있었고.

하필, 오랜 세월 낯익은 청원경찰 한분은 다가와서.

"아이고 라디오에 김작가님 아니세요."

하아~~~~~~~~~왜 아니겠습니까만서도. 이럴 땐 모른척해주셔도 됩니다만.


보는 눈들이 있고, 나도 매일 이곳에서 얼굴 팔리는 처지였으므로.

아주 짧고 굵게.

"야아아~~~~~~~~~~~~~!!!!!!!!!!!!!!!!!!!!!!!!!!!!!!!!!!!!!!!!!!!!!!"

단 1초의 포효와 함께, 반지낀 검지손가락으로 유리창을 딱 한번 두드렸을 뿐인데...

한국판 실레노스는, 심봉사가 눈을 뜨듯. 번쩍 눈을 뜨며...

"어머!! 요보당~~~~~~~~~!!!!!!" 이러는 거다.

확 직이뿔라................


청원경찰들. 이구동성.

"와!!!!!!!!!우리가 두시간을 깨워도 끄덕 않으시더만. 역시"


그는 그날, 네발로 집에 기어들어갔고.

다음날 아침 술을 깨선, 네발로 내 앞에 꿇었다.


실레노스는 뭐다? 반인반수

한국판 실레노스는 뭐다? 애많은 이피디

술먹으면 뭐다???!!!!



네발 달린 남자 2


이번엔 발 얘기는 아니다.

전날, 과음을 하고 도저히 운전이 어렵다며, 출근길 운전을 부탁하는 애많은이피디.

뭐가 이뻐서?? 니가 운전하세요오~~난 거절했다.


내가 본관 앞에 내리고, 그는 주차장으로 가면 될터.

그런데, 본관 앞에 거의 도착할 즈음.

애많은이피디, 입을 틀어막고 '욱욱' 하는 게 아닌가?

"토...토하믄 죽어!! 나 내리면 해"

난 빛의 속도로 뛰어내렸고.

나의 하차와 동시에, 출발한 우리 차.

그와 내가 함께 할부금을 내고 있는 우리 차가

본관앞에서 제대로 한번 뒤뚱하더니,

빨간 주차꼬깔콘이 옆으로 밀리고.

본관 앞의 청원경찰은 깜짝 놀라고.

정작 입으로 X싸는 장본인은 몰랐을꺼고,

뭐 이런 상황??


 

청원경찰들은 꼬깔콘 뺑소니차를 바라보며....

"어어...저저..." 이러면서 당황을 하는데,

모른척 할 수도 없고.

"저기요. 안녕하세요."

꼬깔콘 뺑소니에 넋이 나간 청경들은 듣는 둥 마는 둥.

"꼬깔콘 손상된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네?"

"제 남편이고. 여기 직원이에요."

"(겸연쩍게)아니...아무리 그래도 내려서 말씀을 하고 가셔야."

"그럴 상황이 아니었을 거에요. 이해해주세요.

숙취로 인해...운전 중 오바이트 중이었을거라...아마 차세워서 말걸었으면

님(청원경찰)도 토하셨을거에요."

"아................"

"꼬깔콘 손상된 거 있으면..."

"아니에요. 괜찮아요. 주차콘이 약간 밀리긴 했어도 손상되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래도요. 메모지 좀 주세요."

됐다는 데 굳이 메모지를 달래서, 꾹꾹 눌러 애많은이피디의 소속과 이름, 전화번호까지 친절히 적어주곤.

"상부엔 꼭 보고 하시고요.

사내 전체 게시판에 올려도 좋을 것 같네요.' **국 이**피디. '주차꼬깔콘 뺑소니범'' 요롷게요."

죄송합니다. 수고하세요~


청원경찰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전 06화 남편이, 내 아들이 아니라 다행입니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