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이 작품은 1965년에 출간되었는데, 2013년이 되어서야 영국 최대 체인서점 '워터스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50년이나 지난 후에야 그의 소설이 관심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 작품이 소통의 부재가 어떻게 인간들의 삶을 서서히 파멸시키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소통의 부재는 늘 인간들의 삶에서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작품이 발표되었던 당시보다 지금 훨씬 더 심각해져서 뒤늦게나마 현대인들에게서 재조명 받은 것은 아닐까, 하고 내 나름대로의 이유를 찾아 보았다. 정답이 없는 이런 탐구가 독서의 재미이기도 하다.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아버지의 권유로 농업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다. 그렇지만 그는 영문학을 만나면서 삶의 진로를 바꾸게 된다. 그리고 그는 '이디스'와 만나 결혼하지만, 왜곡된 성격의 그녀와 그는 마치 짝이 맞지 않는 장갑과 같았다. 그는 하나 뿐인 딸 그레이스에게 애정을 쏟으려고 했지만, 아내의 훼방으로 그 마저도 못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캐서린 드리스콜과의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런 관계는 애초부터 오래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서로 사랑했기에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가슴이 에이는 듯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스토너의 몸과 정신은 급격히 무너지는 듯 했다. 그렇지만 교육자로서의 그의 삶은 내적으로는 숭고하게 보일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아내과 주위 사람들은 그런 그를 바보처럼 생각했고, 아예 실패자로 낙인을 찍는 듯 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절대 실패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위의 환경이나 사람들이 그를 마구 흔들어놓았지만 그는 그저 자기 길을 뚜벅뚜벅 걸어갔고, 마지막에는 죽음마저도 자연스럽게 수용했다.
삶이란, 그냥 받아들이며 사는 것인지 모른다, 스토너처럼.
스토너, 그의 이름은 돌 stone을 연상시킨다. 돌은 이리저리 채이기도 하지만, 굳건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간직한다. 스토너가 그랬다. 그는 외적으로는 무기력하게 보일 정도로 선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었지만, 그의 내면은 돌처럼 단단해서 결코 자기 방식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지켜냈다.
이 작품은 스토너라는 한 사람의 일생을 실제로 함께 한 느낌이 들 정도로 주인공의 내면 묘사력이 뛰어났다. 오랫만에 소설에 푹 빠졌었다. 슬프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