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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Sep 08. 2020

나의 블리스 Bliss, 독서

 -마음의 고샅길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일상 속의 길은 뭘까. 나는 그것이 타인의 시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내면의 희열, 즉 블리스 Bliss를 가꾸는 일상 속의 작은 실천이라고 믿는다. 시간뿐 아니라 슬픔과 번민, 세상조차 잊게 만드는 내적 희열이 바로 블리스다. 꽃을 가꿀 때 모든 슬픔을 잊는다면 그것이 블리스고, 음악을 들을 때 모든 번민을 잊는다면 그것이 블리스다. 

                                                                    - 정여울의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중에서


 내 마음속에 품은 고요한 내적 희열인 블리스 Bliss! 

 나의 블리스는 무엇일까? 

 역시 책 읽기가 아닌가 싶다. 

 책을 읽을 땐 고통, 번민, 슬픔 등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책은 내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준다. 

 읽기만 하면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그냥 주는 책.

 책만큼 이타적인 존재가 있을까? 그런 면에서 책은 성스러운 존재이다. 책은, 성자를 제외한 보통의 인간들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이타적인 즐거움을 준다.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욕망에 자주 휘둘리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나 본능적인 욕망에도 늘 흔들린다. 이렇게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책은 마음이 중심을 잡도록 도와준다. 과연 누가 나를 위해서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내 주변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책은 때로는 친구가 되어 주고, 때로는 멘토가 되어 준다. 책은 내가 부르면 언제든지 금방 내 곁으로 와서 다소곳이 앉아 있다. 

 ‘뭘 도와줄까?’ 하는 다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책!

 좋은 책과의 만남은 좋은 사람과의 만남 이상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영원하기 어렵지만, 책은 늘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나를 지켜줄 것이다.  내가 책을 배신하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책은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책은 불멸의 존재이다. 책은 나 이전에도 이미 존재했고, 나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므로. 불멸의 존재인 책과 유한한 나의 만남은, 책의 역사에 있어서 아주 찰나적인 순간에 속할 것이다. 그 순간이 캄캄한 밤에 잠시 명멸하다 사라지는 반딧불이 빛 같은 것일지라도, 내게는 큰 기쁨이다. 


 육신의 눈이 쓸 만할 때까지는 계속 책을 읽고 싶다. 육신의 눈이 흐릿해졌을 때는 심안心眼으로 세상을 보아야 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계속 읽어야 한다. 눈의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지만, 아직은 그럭저럭 읽을 수 있다. 그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은 ‘책’이 아닐까 싶다. 그 최고의 발명품을 내 친구로, 내 멘토로 삼은 것은, 내 삶에 있어서 최고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나의 영원한 블리스 Bl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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