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이 머문 순간들
아침에 산책하다가 길에서 흰 개를 만났다.
개는 짖지도 않고 멈춰 서더니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때 뒤에서 차가 달려왔다.
개는 서두르지 않고 잠시 옆으로 비켜섰다.
차가 지나가고 나서도, 개는 가지 않고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나도 그 흰 개를 바라보았다.
개는 짖지 않았고, 나는 말하지 않았다.
어둑한 아침이었다.
아무것도 줄 것이 없었던 나는 손을 흔들며, “잘 가!” 하고 돌아섰다.
좀 걷다가 다시 돌아보니, 개는 여전히 같은 자세로 서있었다.
그 자세는 슬픔의 자세 같았다.
슬픔에도 자세가 있다면 말이다.
흰 개의 시선을 뒤로하고,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다.
이번에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 흰 개가 여전히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쓸쓸해졌고, 이유도 없이 슬펐다.
흐리고 쌀쌀한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