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은유의 산문집이라서 망설임 없이 책을 잡았다. 그녀의 글은 매력이 있고 같은 여성으로서 느끼는 공감대가 컸다. 그런데 읽다 보니 어디선가 읽은 글들이 줄줄이 이어져서 이상하다 싶었다. 분명히 처음 보는 책인데 예전에 읽었던 내용들이 많았다. 그래서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빌렸나 하는 의심까지 했다.
너무 이상해서 책 도입부에 있는 ‘저자의 말’로 다시 돌아가 자세히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때서야 간략하게 언급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절판된 첫 산문집에서 추린 글들과 새 글을 조금 더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첫 산문집 이름은 밝혀놓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 부분을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지나쳐 버렸던 모양이다.
예전에 읽었던 『올드걸의 시집』이 은유의 첫 산문집이었다. 그제야 왜 자꾸 읽은 내용이 나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첫 산문집 제목을 분명하게 밝혔더라면 그렇게까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이 책 후반부에는 2016년 봄에 『올드걸의 시집』 절판 기념 낭독회’까지 했다고 한다. 절판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더 이상 출판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닌가. 그런데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는 2016년 12월에 초판 발행이 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출판사가 바뀐 것을 고려해도 마찬가지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에는 대략의 짐작이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올드걸의 시집』 내용이 60~70% 정도는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는 『올드걸의 시집』의 개정판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이런 일은 출판사 영업부에서 기획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를 못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실망스러웠다. 『올드걸의 시집』 에서 받았던 신선한 충격의 기억이 실망으로 변했고 아쉬움을 느끼며 책을 덮었다. 물론 첫 산문집 『올드걸의 시집』 을 안 본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여전히 인상적인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올드걸의 시집』에서는 주부와 직장인의 역할을 해내려고 노력하는 한 여성의 삶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올드 걸의 속뜻은 몸은 비록 늙었지만 마음만은 소녀의 감성을 갖고 있는 여자라는 뜻이다. 발랄한 표현이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편의 시를 통해 자기 삶의 궤적을 그려 보인, 시가 있는 산문집이다.
아내이자 엄마인, 결혼한 여자의 글이라 쉽게 이해했고 쉽게 공감했다. 그리고 주부와 생계를 꾸려가는 두 가지 업을 가진 한 여자의 치열한 삶의 기록으로 읽혔다.
노릇과 역할은 삶을 무겁게 했지만, 그녀는 시를 비상구로 삼으며 시를 통해 삶의 짠맛, 단맛, 쓴맛을 맛보며 삶의 기력을 복기해나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