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라틴어 수업>은 저자가 2010년 2학기부터 2016년 1학기까지 서강대학교에서 강의했던 '초급. 중급 라틴어' 수업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받은 느낌은 라틴어 수업을 하면서 인생 수업까지 한 명강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챕터마다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자주 감동했다. 젊은 청년들에게 공부에 대한 강의를 한 것이었지만, 내게는 삶을 살아가는 자세의 의미로 다가왔다.
많은 감동적인 글귀 중에서도 인상적인 글 하나만 옮겨본다.
달리기 끝에서 느끼는 우울함이나 허망감 같은 감정들은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거다'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달려갔다가, 막상 이루고 나서야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에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달려본 사람만이 압니다. 또 그게 내가 꿈꾸거나 상상했던 것처럼 대단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만큼 불필요한 집착이나 아집을 버릴 수도 있어요. 그만큼 내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겁니다.
이 나이가 되도록 무언가를 끝까지 밀고 나가서 성취한 다음에 오는 우울감이나 허망함을 그리 자주 느껴보지 못해서 부끄러웠다. 결과를 두려워하며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내 안의 비겁함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강의를 들은 제자들의 편지가 수록되어 있었다. 그 편지들에서 저자의 강의가 학생들에게 준 영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