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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Nov 08. 2020

정확한 사랑의 실험/신형철/마음산책

  -외로울 땐 독서

 

 문학 평론가 신형철이  2012년 여름에서 2014년 봄까지 영화주간지 <씨네 21>에 '신형철의 스토리-텔링'이라는 타이틀로 연재한 글과 다른 지면에 쓴 글을 엮어서 만든 책.


 그는 책머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해석자는 이미 완성돼 있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잉태하고 있는 것을 끌어내면서 전달한다. 그러므로 해석은 일종의 창조다.

 그런데 그가 창조한 작품 해석은 내겐 너무 난해했다. 영화 보기가 이렇게 어려우면 감상자들이 어떻게 마음 편히 영화를 볼 수 있을까? 내게 있어서 영화를 보는 일은 일상으로부터 일탈하기 위함이고, 그런 가상 세계를 경험하거나 대리의 일탈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함이다.


 영화의 겉옷을 벗기고 속살을 바라보는 것이 고통이기보다는 즐거움이길 바라는, 나 같은 감상자는 아무래도 일차원 수준인가 보다.  영화를 나처럼 '유희'의 일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연구하는 '학습'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의 평론을 읽는 동안 적지 않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형철의 창의적인 독해는 묘하게 매력 있었다. 그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의 평론 중에 인상적 글이 있었다. 


 나쁜 질문을 던지면 답을 찾아낸다 해도 그다지 멀리 가지 못하게 되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면 끝내 답을 못 찾더라도 답을 찾는 와중에 이미 꽤 멀리까지 가 있게 된다. 


 그의 질문은 대개 좋은 것에 속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내가 보낸 고통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겠다. 내가 읽기 시작한 곳으로부터 가보지 못한 낯선 곳까지 가보았으니 말이다.

 어째서 좋은 것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 걸까. 고통의 시간은 너무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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