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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Nov 09. 2020

행복의 건축/알랭 드 보통/ 이레

  -외로울 땐 독서


 건축물을 통해 이토록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그는 건축물을 하나의 에세이, 즉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상으로 보았다.

 예를 들면 '마야르의 다리'는 위태로운 절벽을 가로질러 우리를 안전하게 운반해주기 때문에 존경심을 자아낸다고 하면서, 우리는 천재가 단순하게 보이게 만들어 놓은 복잡함에서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나는 이런 느낌을 알랭 드 보통에게서 느꼈다. 그는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을 아주 단순하고 유머스러운 말투로 얘기한다. 이런 식의 태도는 그의 뛰어난 상상력과 해박한 지식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독자들은 아주 천진난만하게 그가 하는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그는 건축물에 있어서 틀과 유리의 마법적 비율을 이야기하면서 에드가 드가의 <별>에 나오는 발레리나를 연결해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풀어냈다. 


이 유리창들은 불과 다섯 개의 발가락을 축으로 공기의 요정 같은 몸을 매끄럽게 돌리는 드가의 발레리나 같은 우아함을 준다. 

 

 이 부분에서 기가 딱 막혔다.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가끔 이유도 모른 채 어떤 아름다움에 홀릴 때가 있다. 알랭 드 보통은 그에 대한 이유를 철학적으로 설명해준다. 그 설명이 '맞느냐, 맞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설명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건축과 행복을 연결시킬 줄 아는 그는, 아름다움을 발견한 사람이기에 또한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책 제목이 <행복의 건축 The Architecture of Happiness>인 이유를 이해했다. 


 이 책은 건축물이라는 바깥 세계에 대해 내가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세계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역자인 정영목 씨는 알랭 드 보통의 글의 목적은 '나'를 '더 나은 나'로 바꾸거나, 혹은 대체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에 순순히 동의한다.


 나는 좋은 책이란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책을 읽은 후의 '나'가 변해 , 좀 더 나은 '나'가 되게 해주는 책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은 좋은 책에 대한 나의 정의와 거의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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