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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her

-나 홀로 시네마

by 푸른 오리


주인공 테오도르는 편지 대필 작가이다. 그는 매우 감성적이어서 그가 쓴 편지는 읽는 사람을 감동시킬 정도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는 아내와 별거 중인 외로운 사람이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사만다'라는 Os와 접속하게 되는데 그녀와 깊이 소통을 하게 되면서 실제 연인처럼 사만다를 사랑한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이메일을 정리해주고 스케줄도 미리 체크해준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얘기도 없이 테오도르가 쓴 편지 중 잘된 것들을 스스로 골라 편집한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 테오도르의 글은 그가 모르는 새, 출판 약속을 받았다. 미래의 Os 능력이 정말 놀라웠다.
이 장면을 보니 문득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의 내용이 떠올랐다.




21세기의 기술로는 '인류를 해킹해' 나보다 나를 훨씬 더 잘 아는 외부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알고리즘에게 나에 관한 점점 더 많은 결정과 인생의 선택들을 맡기기에 충분할 것이다.


<호모 데우스>는 인류의 미래를 내다본 책인데, <her>는 '호모 데우스'판 영화 같았다.
사만다는 육체가 없는 Os이지만 테오도르는 그녀를 깊이 사랑한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소통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접속을 할 수 없었다. 업데이트 때문이었다. 그 짧은 순간 동안 테오도르는 극도로 불안해했다. 그는 그 일을 통해 사만다가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기기에도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만다로부터 641명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는 큰 충격을 받는다.


시간이 흘러 자가발전이 가능한 사만다는 한 차원 더 높은 세계로 가면서 테오도르에게 이별을 고한다.

사만다가 떠난 후 태오도르는 사랑에 대한 자기감정을 정리하고 이혼해 준 전 아내에게도 따듯한 안부를 전한다. 사만다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사람과의 경험이 아닌 Os와의 접속 경험도 인간 영혼의 깊이를 다르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영화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데,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많은 현대인들은 소통의 부재로 고독하다. 그런 데서 오는 고독은 인간과의 따뜻한 소통에서 해결되어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이미 이 시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친구들과 직접 대화하기보다 스마트폰과의 소통을 더 친밀하게 느끼고 있는 듯한 징후를 도처에서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구원은 인간의 가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 기기인 lot 같은 것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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