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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May 20. 2021

의사의 오만, 혹은 과잉친절?

-마음의 고샅길



몇 달 전 시작된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지난 이월에 약을 먹어도 별로 차도가 없어서 이주 일치 약만 먹고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저께 왼쪽 갈비뼈 아래와 옆구리의 좋지 않은 증상이 조금 더 심해졌다. 혹시 다른 문제가 아닌가 싶어서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는 이번에도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했다. 혹시 다른 문제의 가능성은 없냐고 물어봤더니, 그럴 가능성은 10%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의사는 운동은 하고 있느냐고 했다. 별로 하지 못했다고 했더니, “뭐하는데 운동하는 시간이 없어요?”라고 했다. 반말 비슷한 말투였다. 나이도 나보다는 젊은것 같은데 그의 말투에 기분이 나빴다. 요즘 비가 자주 오고 날씨도 궂은날이 많아서 산책을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매일 아침에 집에서 대략 40~50분 정도의 스트레칭은 하고 있었지만, 그냥 운동을 열심히 한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에서 대답을 그렇게 했더니, 아주 혼을 냈다.


 의사와 면담할 때는 환자가 편안하게 오래 이야기할 시간이 대체로 없다. 내 증상을 좀 더 자세히 말하지도 못한 채, 몇 달째 기분 나쁜 느낌이 계속 잔존하고 있어서 마음에 좀 걸린다고 했다. 그랬더니 대뜸 의사는 같은 건물에 있는 정신과에 가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식도염 약 처방에 신경안정제를 첨가했다고 했다. 


순식간에 면담을 마치고 정신없이 진찰실을 나왔다. 집에 와서 저녁때 처방약을 먹고 TV를 보는데 계속 졸았다. 생각해보니 신경안정제를 처방해서 졸릴 거라는 말을 언뜻 들었던 것 같았다.

갑자기 화가 났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좋지 않은 증상이 몇 달째 계속되면 마음에 걸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 말을 했다고 나보고 정신과에 가보라고 하고 신경안정제를 처방해준 의사는, 환자에 대해서 뭘 그렇게 많이 알고 있는 걸까?

그는 오만할 걸까? 아니면 지나치게 친절한 걸까?

오만한 갑의 위치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을의 위치에 있는 환자를 대하는 방식은 분명 문제가 많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최근 신문에서, 가수 보아의 오빠가 의사에게서 들은 말기암 통보 방식에 무척 가슴 아파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방식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의 문제도 있겠지만, 의사들이 좀 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환자들을 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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