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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Dec 24. 2021

아듀, 내 사랑

  -마음의 고샅길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속상한 일이다.

그 무언가가 아끼는 것이라면 슬픈 일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아침에 이십여 년 이상 나와 고락을 함께 한 머그잔을 깨뜨렸다.

내 손등에 잔(盞)이 살짝 부딪혀서 식탁 위에서 쓰러졌는데, 그만 금이 가버린 것이다.

처음엔 금이 간 줄도 모르고 커피를 따랐는데, 이상하게 커피가 잔 아래 흥건해져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잔의 손잡이를 따라서 실금이 길게 가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내 심장도 균열되는 듯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것과의 이별 또한 숙명인 것 같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듯이.

오랜 세월 내 곁에 두고 아끼던 것이어서 차마 쓰레기통에 내다 버릴 수는 없어서, 거실 유리 찬장에 넣어 두기로 했다.

우리는 한 생(生) 동안 지극히 사적인 관계를 가지며 서로 어루만지며 아끼던 사이가 아니었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늘 내 곁을 지켜주던 너.


너를 처음 만났을 때도 이렇게 추운 겨울이었던 것 같다.

그때 우리는 서로 따듯한 눈 마주침으로 인사를 했었지.

오늘은 뜨거운 눈인사로 헤어져야만 하다니.

아듀,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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