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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Apr 28. 2022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외로울 땐 독서

세상은 늘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다. 그런 만큼 사람들은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휴식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더 잘 살기 위한 이유도 있겠지만, 미래의 휴식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휴가철이 되면 잘 짜인 여행 광고 프로그램을 여러 미디어 매체에서 많이 보게 된다. 어느새 휴식에도 나 자신이 아닌, 전문 업체의 도움이 자연스럽게 필요한 것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런데 이런 도움에는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결국 사람들은 이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이 일해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생기기도 한다. 과연 이런 식의 휴식이 진정한 휴식일까?





현재 독일 최대 종합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에서 과학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인 울리히 슈나벨은, 휴식에 대해 여러 가지 흥미로운 고찰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한국어판 저자 서문>에서, 휴식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는 일을 하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독일어 제목 ‘Muße’와 딱 맞아떨어지는 한국어 단어는 없다. 이 때문에 흔히 ‘Muße’가 ‘아무것도 하지 않음 ’ 또는 ‘휴식’으로 번역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Muße’는 게으름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이 개념은 인간이 자기 자신과의 혼연 일치를 이루는 행복을 누리는 상태, 정말 마음으로 간절히 원하던 일을 하는 상태를 나타낸다. ‘Muße’는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것의 정반대를 뜻한다. 오히려 이 개념은 어떤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따르지 않고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는 일을 하는 활동을 나타낸다.(10쪽)


그리고 그는 <들어가는 글>에서 휴식의 효용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늘 똑같이 되풀이되는 일상을 잠시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은 우리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필수 덕목이다. 그동안 두뇌 연구가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 시간이 두뇌 안정에 커다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잠시 머리를 비워내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아야 우리의 정신 건강이 안정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20쪽)


 인간 노동의 상당 부분을 기계에 의존하는 요즘,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여유가 없고 바쁘다. 그 이유는 뭘까?

 이런 이유에 대한,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 Jeremy Rifkin의 말은 꽤 설득력이 있다.

 “우리로 하여금 시간을 얻게 만드는 새로운 기술은 그게 어떤 것이든 우리 활동의 리듬과 흐름을 가속화한다. 결국 새 기술은 우리에게 더 많은 시간을 선물하는 게 아니라, 일거리만 더욱 부풀린다.”(33쪽)


그리고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있다. 우리는 풍요로운 산업사회에서 너무 많은 것을 선택해야 하는 삶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늘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할까. 그리고 그것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 부족이라는 느낌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라는 집단의 차원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늘 허덕이고 서두르며 사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 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41쪽)


 과학 전문 기자 슈테판 클라인 Stefan Klein이 자신의 책 《시간 Zeit》에서 “시간 부족이라는 느낌은 시간과는 별 관계가 없으며, 어떤 태도와 관점을 갖느냐에 달린 것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미국 경제학자 대니얼 해머 메쉬 Daniel Hamermesh는 흥미로운 주장을 했다.

 “사람들이 갈수록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불행은 부분적으로 볼 때 쓸 수 있는 시간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가졌기 때문에 비롯되는 현상이다.”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돈에 비해서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시간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그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다. 예전에 비해서 전 세계적으로 물질적인 부는 확실히 증가했다. 그렇지만 그에 반비례해서 정신적인 여유는 더 없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시간 부족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지나친 정보의 홍수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특히 스마트폰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다. 번거롭게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만 하면 온갖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스팸메일, 광고 등등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된다. 그런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다른 정보로 연결되고, 어느새 사람들은 적지 않은 시간을 뺏기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그러니 시간이 늘 부족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시간에 쫓겨 살던 삶에서 얻게 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제때 풀지 못하면 육체적·정신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될 것이다.

 그러면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휴식을 위해 집을 떠나 먼 곳으로 가는 여행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떤 면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회전 네트워크 default network'에 대해 언급했다.  


워싱턴대학교 의대 교수이자 신경생리학자 마커스 라이클 Marcus Raichle는 자기 공명 영상을 연구한 결과, 뇌는 정신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활동을 더욱 강화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공회전 네트워크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에 전혀 반응하지 않을 때 활동하며, 우리가 어떤 특별한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떠오르는 대로 생각의 물결을 따라갈 때 작동한다고 한다.

 뇌를 공회전 네트워크 상태에 두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적극적인 휴식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명상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겠다.


 저자인 슈나벨은 명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할 것! 그리고 이런 경험을 거듭 되풀이할 것!’ 이게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결국 어떤 일을 하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150쪽)


 명상은 자극과 반응이라는 도식을 자동적으로 따르지 않는 훈련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감정과 우연한 생각의 뒤를 따르지 않는 것이다. 이는 특히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는 훈련이다. 무언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자꾸 생각을 파고드는 것은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이자, 또 그로 말미암아 자꾸 우울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의사들은 정신 집중 훈련을 우울증 환자에게 강하게 시킨다.(152~153쪽)


 휴식이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 명상이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리고 돈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서 그 어떤 값비싼 휴식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명상은 결국 지금, 여기에 생생하게 깨어있음으로써 현재를 사는 것이다. 현재를 산다는 것은 제대로 삶을 산다는 것이다. 삶의 만족이 클수록 스트레스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명상은 언제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가성비가 뛰어난 휴식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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