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질병은 삶 일부를 앗아가지만 기회 또한 준다. 우리는 그저 오랫동안 살아왔던 대로 계속 사는 대신 살고 싶은 삶을 선택할 수 있다(...) 회복이 질병의 이상적인 결말이라고 보는 견해에는 문제가 있다(...) 답은 회복보다는 ‘새롭게 되기’에 초점을 맞추는 일인 듯싶다.
아프다는 것은 그저 다른 방식의 삶이고, 질병을 전부 살아냈을 즈음에 우리는 다르게 살게 된다. 질병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도 자명하지도 않은 이유는 질병이 우리를 다르게 살도록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10쪽)
계속 회복 중인 사람으로 살 때 내가 살고 싶은 삶을 바로 지금 붙잡으려 애쓰게 된다. 여전히 암이 있는 사람처럼 사는 일은 귀하다. 계속 질문을 던지게 하기 때문이다. 다시 아프게 된다면 그동안 시간을 잘 보냈다고 자신에게 말할 수 있을까? (210쪽)
의학은 통증이 삶에서 갖는 의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통증은 질환의 증상일 뿐이다. 의학은 아픈 사람의 통증 경험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며 치료법이나 관리법에만 관심을 둔다. 의학은 분명 몸에서 통증을 줄여주지만, 그러면서 몸을 식민지로 삼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의학의 도움을 구하면서 맺는 거래 조건이다. (87쪽)
의사를 피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질병이라는 드라마에서 의사들이 무대 중앙을 독차지하게 내버려 두는 것도 위험하다. 의사를 거부하면 당장 몸이 위험해질 것이고, 의사들이 드라마를 차지하도록 둔다면 그들은 질환이 이야기의 전부가 되도록 각본을 쓸 것이다. (87~88쪽)
내 의식이 종양을 발생시키지 않았듯 의식이 종양을 사라지게 할 수도 없었다. 내가 의식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일은 몸에 경이로워하고 몸의 지혜를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살기를 욕망했지만 삶 자체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이상의 것이었다. 자신과 싸우기를 포기하고 몸 나름의 지혜에 따라 몸이 변하도록 내버려 두자 마음이 훨씬 평화로웠다.(136쪽)
질병은 다른 누군가에 맞서 벌이는 싸움이 아니라 길고 고된 노력이다. 어떤 사람은 살아남아서 승리하고, 어떤 사람은 죽어서 승리한다. 아픈 사람과 주위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자체로 이미 온전하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암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암과 씨름해야 하며, 의지대로 되었는지 보다는 이 ‘씨름’이 이미 온전하다는 믿음을 중요시해야 한다.
아프다는 것은 믿음과 의지 사이에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143쪽)
인간의 고통은 고통을 함께 나눌 때 견딜 만해진다. 누군가가 우리의 고통을 인정한다는 사실을 알 때 우리는 고통을 보낼 수 있다. 고통을 알아봐 주면 고통은 줄어든다. 이 힘은 설명될 수 없지만 인간의 본성 같다. (165~166)
질환은 먼지일 뿐인 우리 몸의 일부다. 우리가 삶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질환이 우리 몸의 일부라는 사실도 받아들인다. 인간이기에 온 힘을 다해 질환에 맞서지만, 또 인간이기에 우리는 죽는다. (180쪽)
질병의 궁극적인 가치는, 질병이 살아 있다는 것의 가치를 가르쳐준다는 점에 있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아픈 사람들은 동정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가치 있게 여겨져야 하는 존재가 된다(...) 죽음은 삶의 적敵이 아니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는 삶의 가치를 다시 확인한다. 또 질병을 계기로, 삶을 당연시하며 상실했던 균형 감각을 되찾는다. 무엇이 가치 있는지, 균형 잡힌 삶이 어떤 것인지 배우기 위해 우리는 질병을 존중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죽음을 존중해야 한다. (190~191쪽)
질병이나 삶에서 마주치는 다른 재앙 때문에 언제나 놀라겠지만, 그래도 나는 괜찮을 것이며 어디로 가든 괜찮을 것이다. 어디로 가든 그곳에서 새로운 나의 일부를 찾을 것이고 선善에 이바지할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새로운 차원의 사랑을 발견할 것이다. 신은 창문을 닫으시면서 문을 여신다. (2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