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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May 19. 2020

독수리와 소녀

<케빈 카터(Kevin Carter)>

 

 케빈 카터(Kevin Carter)는 남아프리카의 포토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1991년에 퓰리처상을 받은 AP 통신의 그레그 마리노비치, 요하네스버그 스타의 켄 오스터브로스코, 프리랜서인 주앙 실바와 팀을 짜서 아프리카 부족 간의 폭력적인 충돌을 촬영했다. 이 팀 4명에게는 뱅뱅 클럽이라는 닉네임이 붙기도 했다. 이들의 삶을 다룬 영화도 나왔다. 영화 제목은 <뱅뱅 클럽>이다.




 그의 사진 「독수리와 소녀」는 아프리카 남부 수단의 참상을 널리 알렸고, 아프리카에 대한 대규모의 구호가 이루어지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독수리와 소녀」는 1994년 퓰리처상 수상작인데, 보도사진의 윤리성 시비 문제로 유명하다. 

 사진작가가 어린애를 먼저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은 데에 대해, 작가의 윤리성이 의심스럽다는 여론이 들끓었던 것이다. 그러나 케빈 카터의 취재에 동행했던 동료는 이렇게 증언했다.


 케빈이 한 소녀가 급식 센터로 가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을 때, 독수리 한 마리가 내려앉았다고 한다. 그는 독수리가 날갯짓을 하면 더 완성도 높은 사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독수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셔터를 누르고 독수리를 쫓아냈다. 그 소녀는 다시 일어나 급식센터로 갔다고 한다. 그 후 케빈은 ‘오~하느님...’이라고 하며 울기 시작했고, 딸이 보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케빈은 퓰리처 상 수상 3개월 후인 1994년 7월 28일에 친구와 가족 앞으로 유서를 남기고, 서른세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자살했다. 그의 유서 중 일부 내용은 이랬다.


 우선 맨 먼저,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인생의 고통이 기쁨을 뛰어넘어, 더 이상 기쁨 따위가 없는 지점에까지 도달하고 말았다. 그래, 나는 생생한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 살인, 시체, 분노, 고통, 굶주림, 상처투성이 아이들, 히히거리면서 방아쇠를 당기는 정신 나간 무리들. 그 대다수는 경찰관이나 킬러, 처형자... 그 같은 지독한 기억이 나를 괴롭혔다.


 일각에서는, 케빈 카터가 자기가 찍은 사진에 대한 비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했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보도 사진을 찍을 때, 그는 늘 끔찍한 현장에 있었고, 그런 상황을 매우 힘들어했다. 사진의 내용이 끔찍하면 끔찍할수록 사람들의 반응은 더 뜨거웠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회의를 많이 느꼈다. 결국 그는 내부에 고여 있던 슬픔과 상실감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 같다. 

그는 마음씨 여린 휴머니스트였고, 사진기 앞에 놓인 현실은 그에게 너무 지독한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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