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 오리 Dec 21. 2022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질 볼트 테일러/윌북

 -외로울 땐 독서


-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1996년 12월 10일 아침, 37세의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의 왼쪽 뇌에 희귀 유형의 뇌졸중이 발생했다.

 그녀는 뇌졸중이 발생한 그 4시간 동안 호기심 많은 뇌신경해부학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뇌가 정보 처리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점심때가 되자 걷거나 말할 수 없었고, 읽고 쓰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그는 삶의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대수술 후, 8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걷기, 말하기, 읽기, 쓰기 등의 뇌기능을 되찾았다.


 이 책은 저자가 침묵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기까지의 여정을 시간 순으로 기록한 것이다. 거기에는 과학자로서 그가 받은 교육과 개인적 경험,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통찰이 녹아있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가족이나 친지 중에 뇌졸중이나 머리 쪽에 외상을 입은 사람이 있다면, 회복을 다룬 부분을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저자는 서문의 마지막을 이렇게 맺었다.


 이 책은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하고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뇌의 아름다움과 회복력에 대한 책이다. 즉, 내가 우뇌의 의식 속으로 여행을 떠나서 마음의 깊은 평화에 둘러싸이게 된 과정을 담은 것이다. 내가 좌뇌의 의식을 되살린 것도, 다른 사람들이 뇌졸중을 겪지 않고도 나와 같은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뇌에 대한 탐색이라니! 더구나 뇌 과학자의 직접 체험 이야기라니, 얼른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동안 나는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과 우리와 세상의 관계가 신경 회로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더없이 홀가분해졌다. 내가 살아온 시간 동안 나는 내 상상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던 것이다! (60~61쪽)


- ‘나’라는 것이 내 상상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진짜 ‘나’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는 뜻이다. 이 놀라운 발견은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와 같은 것 아닌가. 흥미롭고 놀라운 발견이었다.



 뇌졸중은 내가 세상에서 누구이고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지 선택할 수 있게 해 준 놀라운 선물이었다. 뇌졸중을 겪기 전에는 내가 뇌의 산물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대해 결정권이 없는 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사고 이후, 나는 새로운 눈을 떴다. 내게 선택의 권리가 있다는 걸 실감한 것이다. (120쪽)


-저자는 뇌졸중이 놀라운 선물이었다고 했다. 왜냐하면 본인이 어떻게 느낄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생각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권이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단한 성찰이다.



 나는 뇌졸중 경험을 통해 우뇌 의식의 핵심에는 마음의 깊은 평화와 사랑, 기쁨, 공감을 표현하는 일을 전담하고 있었다. (134쪽)

-우뇌에 대한 놀라운 발견이 환상적이었다.



 오른쪽 뇌는 현재 순간의 풍요로움에 모든 걸 맞춘다. 삶에 대한 고마움, 살아가며 만나는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가득하다. 매사에 만족하고, 정이 많고, 넉넉히 끌어안고, 한결같이 낙관적이다. 우뇌의 성격은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의 판단이 없으므로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바라본다.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정한다. (140~141쪽)



 오른쪽 뇌에는 현재 순간 위의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며, 매 순간이 감각들로 채워진다. 출생이나 죽음은 현재 순간에 일어난다. 기쁨의 경험 역시 현재 순간에 일어난다. 우리 자신보다 거대한 존재를 지각하고 그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경험 또한 현재 순간에 일어난다. 우뇌에서는 ‘지금 이 순간 The Moment of Now’만이 끝없이 계속 이어진다. (141쪽)


-우리는 마음이 평화롭고 매사에 감사할 때 행복해진다. 이러한 평안함과 행복을 관장하는 것이 우뇌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저자는 좌뇌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좌뇌는 내가 외부 세계와 소통할 때 사용하는 도구다. 우뇌가 이미지들의 콜라주로 생각한다면, 좌뇌는 언어로 생각하고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건넨다. 뇌의 재잘거림을 통해 내가 삶에 뒤처지지 않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정체성을 드러내주기도 한다. 좌뇌의 언어 중추가 ‘나는 무엇무엇이다’라고 말함으로써 나는 영원한 우주의 흐름에서 떨어져 나온 독립적인 존재, 단일하고 견고한 존재가 된다. (143쪽)


- 좌뇌는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끊임없는 ‘재잘거림’으로 다른 사람과 경쟁하게 하거나, 질투하게 하고, 또 우리의 마음을 종종 편치 않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 때가 많다.



 요즘 나는 나의 뇌에 매료되어 대부분의 시간을 ‘생각’에 관해 생각하며 보낸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듯이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 고통을 안겨주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은 그 무엇보다 큰 힘이 되었다. 어떤 고통스러운 생각을 하더라도 내가 자발적으로 그 감정 회로에 접속했다는 것을 알기만 하면 괜찮아진다. 결국 그 생각을 멈출 의식적인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몸 상태나 심정이 어떻든 상관없이 언제든 오른쪽 의식으로 넘어가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마음(우뇌)을 선택할 수 있다. (149쪽)


공평한 증인의 입장에서 뇌의 소리를 듣는 법을 배우려면 연습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단 이 기술을 터득하고 나면 이야기꾼이 만들어내는 귀찮은 극적 사건과 정신적 외상을 자유자재로 넘어설 수 있다.(154쪽)


-뇌의 성격을 제대로 알 때 우리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정말 놀라운 발견이다. 그가 발견한 우뇌의 역할은 명상할 때 느끼게 되는 경험과 거의 같은 것으로 보인다. 뇌에 대해 자세히 관찰하고, 집중해서 뇌와 대화를 꾸준히 시도한다면 삶을 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평화로운 오른쪽 뇌의 의식에 접속하는 여러 방법을 여러분에게 소개해보겠다.
마음의 평화를 경험하려면 우선 내가 더 큰 구조물, 즉 나와 하나로 이어진 에너지와 분자들의 영원한 흐름의 일부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거대한 우주의 일부임을 알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지상의 삶이 천국처럼 다가온다. 내가 우주와 한 몸인데 어떻게 두려울 수 있겠는가?
왼쪽 뇌는 내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연약한 개인이라고 생각한다. 오른쪽 뇌는 내 존재의 중심에 영원한 삶이 있다는 것을 안다. 언젠가 이런 세포들이 죽고 3차원 세상을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겠지만, 이것은 내 에너지가 고요한 희열의 바다로 다시 돌아가 흡수되는 것일 뿐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자 내가 이곳에 머물며 내 삶을 구성하는 세포들을 건강하게 유지하느라 노력했던 시간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현재 순간에 머물려면 마음의 속도를 의식적으로 서서히 늦추어야 한다. 우선 급한 마음부터 버리자. 왼쪽 뇌는 서두르고 계획하고 분석할지 모르지만, 오른쪽 뇌는 대단히 차분하다. (164~165쪽)


 여러분의 몸은 50조 개의 분자적 지성으로 이루어진 생명체이다. 세상에서 어떤 존재로 살고 싶은지 순간순간 선택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 자신이다.
나는 여러분의 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주목하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만의 힘을 기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자. 활기차고 아름답게! (181쪽)



-좌뇌와 우뇌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조화롭게 사용함으로써 삶을 충만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과학적으로, 그리고 본인의 체험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놀라운 비밀을 밝혀냈다. 그리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책을 썼다.


 그녀는 TED 무대에 올라 뇌의 진짜 모습을 담은 이야기를 하고 그녀의 강연은 역대 최고 인기를 끈 강연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소개되었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김지수 지음/열림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