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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Mar 03. 2023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데이비드 호크니, 마틴 게이퍼드/

 -외로울 땐 독서



- 노르망디에서 데이비드 호크니로부터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와 영국 주간지 『스펙테이터 The Spectator』의 미술 비평가인 마틴 게이퍼드가 이메일과 스마트폰으로 삶과 예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을 이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2018년 10월 22일 호크니가 게이퍼드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다. 호크니는 편지에서 2019년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봄을 맞기로 했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편지의 말미에는 프랑스에 대한 기대로 설레는 호크니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하나같이 맛있는 버터와 크림, 치즈 등 음식은 기막히게 좋았습니다. 그리고 프랑스는 옹졸한 잉글랜드에 비해 흡연자에게 훨씬 우호적입니다. 사실 나는 노르망디에서 2019년 봄을 맞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노르망디에는 훨씬 다양한 꽃이 핍니다. 사과꽃, 배꽃, 벚꽃뿐 아니라 야생 자두나무, 산사나무도 있죠. 그래서 나는 무척 기대가 됩니다.”

 호크니가 프랑스 노르망디에 머문 후 얼마 되지 않아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호크니는 바깥 세계에 휘둘리지 않고 작업실에서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보냈다. 그는 그의 정원의 나무와 꽃에, 그리고 하늘, 일몰, 일출, 비와 빗방울에서 고귀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그것을 캔버스에 부지런히 옮겨 놓았다.


 나는 진정한 낙원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곳은 내게 완벽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제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나의 작업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나는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순간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드로잉 방식에 다가가고 있죠. 이곳에서 그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런던, 파리, 뉴욕 등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바로 이런 곳이어야 합니다. (36쪽)


 책 제목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에서 알 수 있듯이, 호크니가 그린 그림은 완연한 봄의 빛깔과 이미지로 가득 차있다. 그의 그림들은 몇 년간이나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고통받았던 사람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했다.  

 그림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지만,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봄처럼 따스해지고 환해졌다. 그림 속에 스며든 호크니의 마음이 내게 전해진 것이 아닐까 싶다.


 호크니와 게이퍼드가 주고받은 대화를 읽으며 두 사람의 우정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삶과 예술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삶에 대한 지혜로운 태도를 배울 수 있어서 행복했다.


 게이퍼드는 호크니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호크니는 건강한 생활보다는 좋은 삶을 믿는다. 그의 관점에서 볼 때 풍요로운 삶은 온전한 의미에서 삶을 즐기는 것, 즉 주변 세계의 아름다움을 남김없이 경험하고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아테네 외곽의 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고 사색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는 또한 인생의 정점은 노년에 있다고 생각했다. 현대파 에피쿠로스 지지자인 클라인처럼 호크니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 커지는 절박함에서 젊은 신체에 매달리는 ‘영원히 젊어지려는 사람’과 거리가 멀다. (103쪽)



 우리의 대화에서 호크니는 또한 자신이 삶에 항상 열정적일 수 있는 것은 작품을 제작하는 활동으로부터 동력을 얻기 때문이라고 암시한다. “아마 예술가들은 고령이 될 때까지 살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예술가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다른 것에 대해 생각하죠. 나는 여든세 살이 다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150쪽)


 어떻게 나이를 먹을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살짝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나이를 먹으며 모든 것에 시들해지는 내게 ‘인생의 정점은 노년에 있다’라는 말은 무척 고무적이었다. 철학자인 김형석 교수님도 그런 말을 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의욕상실이 되기 쉬운 나 같은 보통사람들에게는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말이었다.


호크니는 자신의 현재 삶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말년의 피카소는 굉장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것을 알아챕니다. 나는 바로 지금이 그렇습니다. 나는 실내로 들어가 꽃 등의 대상을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207쪽)


 그리고 호크니가 노르망디에서 한 작업들에 대해서 한 말을 보면, 그는 늘 젊고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 작업들 역시 나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밖에 나갈 때마다 그릴 만한 대상을 봅니다. 그저 어딘가를 보고 그리기 시작합니다. 방금 전에는 다시 연못을 그렸습니다. 곧 보여 줄게요. 아직 완성하지 못했거든요. 전에도 말했듯이 자연에서는 모든 것이 흐름 속에 있습니다. 사실상 봉쇄를 제외한 모든 것이 흐르고 있죠.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그 흐름을 드로잉으로 그릴 수 있고 그림으로 그릴 수 있습니다. 특히 잔물결 치는 강을 통해서 말입니다. 나는 이제 물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압니다. 지금 물이 졸졸 흐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한 해 더 머물 작정입니다. 또 한 번의 봄과 여름, 가을을 맞을 겁니다. (269쪽)

 


 책에는 그의 그림들뿐만 아니라, 그의 그림에 영향을 준 다른 화가들, 마인데르트 호베마, 발튀스, 라울 뒤피, 구스타프 클림트, 빈센트 반 고흐, 렘브란트 판 레인, 피카소 등의 그림도 다양하게 실려 있어 눈과 마음이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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